현대 · 기아자동차 본사는 23일 '어닝 쇼크' 소식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현대차는 이날 올 1분기 매출(국내 사업장 기준)이 6조32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조1658억원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올 1분기 1538억원으로 3757억원이나 줄었다. 감소율은 매출이 26.4%,영업이익은 70.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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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고위 임원은 "미국 등에서 선전(善戰)한다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고환율(원화 약세)에 따른 착시였을 뿐"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이 같은 실적 쇼크는 판매가 급감한 탓이다. 1분기 신차 판매는 31만636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6% 줄어들었다. 판매대수와 매출,영업이익 등 3개 실적지표가 모두 곤두박질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비 위축이 부른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위기상황 속에서도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중 · 소형차 시장 공략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선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초 대형차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데 이어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월별 판매대수가 발표될 때마다 '나홀로 독주'를 거듭,전 세계 언론과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미국 중국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1분기 기준 5.8%,기아차를 합치면 8.6%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을 받아본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최근 질주가 착시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불황의 소용돌이에서 현대차는 경쟁사에 비해 덜 부진했을 뿐 결코 혼자 성장한 게 아니다"며 "1위 기업 도요타에서 보듯 살아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보유 현금을 23조원(1조7000억엔) 넘게 갖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내자 6000명을 감원하고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원가 절감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반면 현대차는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4조9280억원,단기 부채 등을 뺀 순현금은 1조6170억원에 불과하다. 환율 하락 등 돌발 변수가 생기면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발톱을 감춘 채 앞날을 준비하고 있는 도요타의 역습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