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권리금, 패스트푸드ㆍ제과ㆍ편의점 '수직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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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전국 2만여곳 조사
바ㆍ당구장도↑…서울선 중구 최고
네일아트 등 여성관련 업종은 하락
바ㆍ당구장도↑…서울선 중구 최고
네일아트 등 여성관련 업종은 하락
상가 투자자나 자영업자에게 상가 권리금은 매우 중요하다. 투자자에게는 상가의 가치를 파악하는 잣대가 되고,자영업자에게는 창업 때 직접적인 자금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상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권리금 가격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권리금 추이를 면밀하게 예상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권리금이 오르는 업종과 지역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과 상가포털사이트 점포라인이 전국의 2만3804개 점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1분기 점포당 평균 상가 권리금이 작년 4분기에 비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금은 입지에 따라 편차가 커 개별 점포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조사 결과는 경기 불황 여파로 대부분의 상가들이 매출 감소 등으로 힘겨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라는 분석도 나온다. 1분기 권리금은 평균 1억722만원으로 작년 4분기(7295만원)보다 47% 늘어났다. 실업률 증가에 따라 사람들이 창업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권리금 상승은 직장을 구하지 못했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장사를 시작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업종 권리금 2배 올라
권리금이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패스트푸드다. 햄거버,아이스크림,피자,커피 등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 점포는 올 1분기 평균 1억6239만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권리금(7830만원)에 비해 107%나 오른 금액이다.
수익성이 비교적 안정돼 있는 업종인 데다 대부분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돼 가게를 열기가 쉽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과점도 1분기 권리금이 평균 2억2376만원으로 나타나 전분기(1억1663만원) 대비 92%의 상승률을 보였다.
편의점도 권리금이 높아졌다. 5387만원에서 8970만원으로 1분기 만에 67% 올랐다. 정대홍 점포라인 팀장은 "신규 창업자들이 불황이 심해질수록 위험 부담이 작은 업종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며 "편의점처럼 프랜차이즈 위주로 운영되는 점포의 권리금이 최근 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젊은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바(bar)'는 전분기 6346만원에서 올 1분기 9056만원으로 권리금이 올랐고 당구장과 PC방도 각각 31%와 13%의 상승률을 보였다. 판매업종의 경우는 1분기 권리금이 8776만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84% 늘어났다. 전분기 대비 권리금이 상승한 업종은 서비스업(32%) 오락 · 스포츠(28%) 주류업(26%) 음식업(22%) 등이 꼽혔다.
◆여성 관련 업종 되레 떨어져
네일아트 전문점의 경우 권리금이 작년 4분기 1억5530만원에서 올 1분기에는 4944만원으로 68%나 떨어졌다. 보석 가게도 1억5521만원에서 9250만원,액세서리 전문점 역시 5187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각각 떨어졌다. 경기 침체 탓에 여성들의 씀씀이가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도넛 전문점은 패스트푸드인데도 권리금이 1억4421만원에서 1억801만원으로 추락했다. 여타 패스트푸드 업종에 비해 입지를 선정하기 까다롭고 점포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비디오 대여점은 인터넷이 널리 퍼지면서 지난해 4분기 4318만원에서 올해는 3033만원까지 떨어졌다.
◆서울지역 권리금 최고는 중구
서울에서 상가 권리금이 가장 비싼 지역은 명동 상권이 포함된 중구였다. 1월부터 3월까지 서울 시내 상가매물 6758개를 조사한 결과다. 서울 중구에 있는 점포의 평균 권리금은 1억4414만원으로 전분기보다 14% 올랐다. 중구는 지난해 4분기 서초구,종로구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나 올 들어 1위로 올라섰다. 원화 약세로 일본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종로구가 전분기 1억3028만원에서 올 1분기에는 1억4051만원으로 권리금이 높아지며 2위에 올랐다. 강남구는 1억2124만원에서 3.95% 오른 1억2604만원을 기록하며 4위에서 3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서초구의 경우 1억2866만원에서 1억2345만원으로 권리금이 4% 하락해 4위로 밀려났다. 노원구와 마포구는 권리금이 각가 16% 상승한 반면 관악구와 구로구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권리금이 가장 낮은 곳은 중랑구(8390만원)으로 조사됐다.
정대홍 팀장은 "일자리 감소로 창업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데다 5월이 외식 · 외출 등이 많은 가정의 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6월까지는 권리금 시세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