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이주호 차관이 곽승준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장에게 단단히 뿔이 났다. 곽 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학원 운영시간 오후 10시까지 제한''입시 제도 학생 부담 경감' 등 교과부가 실행해야 할 교육개혁안을 협의도 없이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24일 오전 곽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교과부와 협의 없이 앞서나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5월까지 미래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안 장관도 이날 오전 직원들 앞에서 곽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곽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강제로 학원운영 시간을 오후 10시까지 규제하고, 내신 위주 대학입시를 바꾸며, 인문계 · 이공계 입시과목을 차등화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교과부가 실무적으로 진행해야 할 일들이다.

곽 위원장은 인터뷰 과정에서 "교과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교과부 입장은 다르다. 한 교과부 관계자는 "특히 대학 입시 등에 관한 문제는 '바꾸겠다'는 이야기만 나와도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곽 위원장이) 이런 식으로 '오버'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며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는 그림이야 공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교과부와 입장이 다른 것이 있다"고 전했다. 곽 위원장과 교과부가 그동안 교육개혁의 세부적인 그림에서 갈등을 빚어왔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