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4일 의결한 양형 기준안은 범죄별 형(刑)의 종류와 형량은 물론 형의 집행유예 선고시 적용되는 일반 기준을 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관은 앞으로 범죄행위 성격을 따져 가중 · 감경 요소를 반영,형을 결정하게 된다. 대상 범죄는 살인,뇌물죄,성범죄,강도,횡령,배임,위증,무고죄 등 8개다. 대법원은 "뇌물 수수나 성범죄의 경우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형량 범위를 일률적으로 높이고 횡령 · 배임죄는 형평성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통일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기준안에서 재산범죄의 양형 기준을 범죄자의 이득 액수에 따라 세분화했다. 뇌물죄와 횡령 · 배임죄는 액수에 따라 유형이 구분되며,횡령 · 배임으로 인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기본적으로 실형이 선고된다.

횡령의 경우 규모가 300억원 이상이면 4~11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대법원은 그러나 △실질적인 1인 회사나 가족 회사 △손해 발생이 크게 현실화되지 않은 경우 △오로지 회사 이익을 위해 범한 경우 등은 형을 줄여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반면 근로자 등 피해자들이 다수이거나 기업지배권 강화 및 지위 보전 등을 위한 것으로 드러나면 가중 처벌키로 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A씨가 자금 담당자와 결탁해 한국은행 지급준비금 60억원을 횡령한 뒤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 사용했다면 종전에는 법관 재량에 따른 감경 등으로 3년6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 기준안에 따르면 죄질이 나쁜 점을 감안해 5~8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게 했다.

살인죄는 기본적으로 최소 4~13년의 형량에 처해지며 감경 요소에 따라서는 3~11년,가중 요소에 따라서는 5년~무기징역의 형량이 부과된다. 그러나 장기간 가정 폭력이나 성 폭력으로 살인을 저지른 경우에는 정상이 참작되는 1유형에 해당돼 4~6년 징역형이 기본 형량으로 선고된다. 보통 살인은 2유형으로 구분돼 8~11년,'묻지마 살인'이나 '청부 살인'은 3유형에 해당돼 10~13년의 징역형이 각각 기본 형량으로 선고된다.

성범죄의 경우 △13세 이상 강간(일반강간,특수강간,강도강간) △13세 이상 강제추행(일반강제추행,특수강제추행,특수강도강제추행) △13세 미만 성범죄(강제추행,강제유사성교,강간) 등으로 분류해 형량을 차별화했다.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 대해선 형량을 일괄적으로 높였다.

강도 범죄자는 피해액보다 상습성 및 죄질 등을 더 중요하게 따지며,범행 횟수가 5회 이상이거나 공범이 5명 이상인 경우는 가중 처벌된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에 기준안을 만들면서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 법률상 위증은 모해위증죄(법정에서 상대를 해할 목적으로 위증하는 것)에 준해 처벌토록 했다. 즉 국회 청문회 등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증언을 했다면 최소 6월~4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무고죄의 경우도 피해자에게 중대한 피해가 갔거나 여러 개의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면 가중 처벌받게 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