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24일 19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 결과를 각 은행에 통보하면서 일부 은행들은 상당한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관심은 해당 은행이 어디냐에 쏠리고 있다. 자본 확충 필요성 여부가 우량 · 비우량 은행을 판가름하는 잣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월가는 △자산기준 미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12위 금융그룹인 선트러스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키콥(19위) △앨라배마 버밍햄에 자리 잡은 리전스파이낸셜(16위) 등이 자본 확충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모건스탠리 분석을 인용,선트러스트뱅스,키콥,리전스파이낸셜 등이 경제 상황 악화에 견디기 위해 추가 자본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BOA와 웰스파고 등은 '회색 지대'에 있다고 전했다. 금융리서치 전문회사인 KBW는 가장 위험한 은행으로 BOA를 꼽았다. KBW는 연방정부가 우선주 형태로 BOA에 투입한 구제금융 일부를 보통주로 전환해 30%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밖에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한 곳으로 피프스서드,키콥,PNC파이낸셜서비스,리전스파이낸셜,선트러스트 등을 거론했다. PNC파이낸셜서비스 등 일부 은행들은 1분기 중 이자를 받지 못하는 무수익자산이 1년 전에 비해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BW는 미 은행시스템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총 1조달러의 완충 자본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CNBC도 이날 FRB가 대부분의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적어도 한 개 은행 이상이 자본 확충 명령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자본이 부족하다는 판정을 받으면 6개월 이내 민간 부문에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만약 민간에서 적정 자본을 확충하는 데 실패하면 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하게 된다.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 평가 방법 및 결과를 수긍하지 못하는 은행은 28일까지 근거를 제시해 재심을 요구할 수 있다. FRB는 15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은행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를 따져봤다. 성장률은 올해 -3.3% 내년 0.5%로,실업률은 올해 8.9% 내년 10.3%로 치솟는 상황 등을 가정해 은행 재무구조를 분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