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법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 발표를 믿고 부동산을 거래했던 다주택자 중 일부가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정부가 소송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26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한나라당과 정부는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법안을 일부 수정해 2년간 한시적으로 폐지하되 강남 3구 등 투기지역에 한해서는 10%의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수정안으로 국회에서 최종 결정되면 정부의 양도세 중과 폐지 발표를 믿고 3월16일 이후 강남 3구의 주택을 거래한 다주택자들은 10%포인트의 양도세를 더 물게 된다.

한 시중은행의 P세무사는 "정부 말을 믿고 행동한 사람들이 대거 소송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제 그런 상담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도 "정부 발표대로 되지 않고 강남 3구만 제외될 경우 집단소송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부는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한 정부 발표였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법률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법을 적용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로 국회 통과도 되기 전에 거래를 한 부분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양도세 중과세 폐지 수정안에 대해서는 야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과세 폐지를 일관되게 반대해온 민주당의 오제세 김종률 의원 등은 한나라당의 절충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오 의원은 "중과세 폐지가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투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정부가 중과세 폐지를 관철시키지 못한 비판을 국회로 돌리더라도 절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사안에 대해 당론을 따랐던 김효석 의원과 그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강봉균 의원은 다소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 측은 "타협을 위해서는 차선으로 한나라당의 양도세 절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태명/김형호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