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빈민촌 자이르, 의문의 출혈열이 발생해 감염자들이 맥없이 죽어간다. 미국 질병예방관리센터(CDC)는 조사팀을 구성해 정체불명의 치명적 전염병이 돌고 있는 오지를 탐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조사팀은 치사율 100%의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마을을 발견한다. 주민 대다수는 이미 죽어 시체의 산을 이룬다. 이 전염병이 미국 전역에 퍼질 수 있다고 판단한 조사팀은 미 보건당국에 비상조치를 요청한다. 1995년 개봉한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한 장면이다.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북미지역을 강타해 현재까지 81명의 사상자를 내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돼지독감’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최초 발병지인 멕시코 외에도 인근 미국에 전염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서도 돼지독감 감염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보고됐다. 국제보건기구(WHO)는 25일 이 질병이 전 세계로 ‘대유행(Pandemic)’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멕시코 내 치사율은 5~10%다. 현재까지 1324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거나 추정되고 있으며 사망자는 81명이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전염성이다. 신종 돼지 인플루엔자(A/H1N1)는 호흡기를 통해 인간들 사이에서 전염되도록 변이됐다.

그러나 영화 속 장면처럼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미플루’, ‘리렌자’와 같은 의약품 투여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며 각 보건당국이 권고하는 개인청결 유지 등 예방책을 충실히 따르면 전염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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