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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일제히 긴장할 만한 일이 있었다. 세계 장비제조시장 10위 안에 드는 네덜란드 다국적 기업 ASM이 플라즈마 원자층증착(PEALD) 기술의 원천특허를 보유한 국내기업 지니텍을 인수,한국 에이에스엠 지니텍㈜(ASM Genitech Korea · 대표 고상우 · www.asm.com)이란 이름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외국계 반도체 장비업체가 영업이나 애프터서비스센터가 아닌 연구개발(R&D) 연구소 및 생산라인을 국내에서 구축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게다가 이 회사는 간판만 외국회사의 한국법인일 뿐 외국자본을 유치한 국내기업이나 다를 바 없다. 2007년에는 충청남도 이완구 도지사의 지원에 힘입어 도에서 제공한 충남 테크노파크 단지에 2178㎡ 규모의 연구소 · 클린룸 등 설계 · 개발 · 양산 기능을 갖춘 신규 사업장까지 마련했다.

ASM은 지난해까지 3년간 연 1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집행했다. 고상우 대표(사진)는 "비록 자본은 외국에서 들어왔지만 기술과 연구개발,생산 인력은 모두 한국인"이라며 "우리의 힘으로 제품을 만들고 수출하는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국내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 기술을 선도하는 제조업체로서의 자부심이 크다. '메이드인 코리아'인 플라즈마 ALD 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ALD 공정장비는 CVD장비에 비해 우수하고 균일한 막질을 구현하며 반도체 두께의 제어성이 정밀하다는 장점을 갖췄지만 생산성이 낮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 회사의 ALD 장비는 독립된 매엽식의 반응로와 여러 장의 웨이퍼를 한 번에 처리하는 세미 배치 방식을 하나의 반응로에 동시에 구현,이러한 단점을 극복했다. 오히려 2배 이상의 우수한 생산성을 구현하면서 차세대 소자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

고 대표는 "현재 고유전막인 STO와 차세대 기술인 STTRAM · TSV 등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연구 개발 중"이라며 "내년부터 ALD 장비 부문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신규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350개 이상의 국내업체에 장비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