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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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냉장고,PDP,LNG운반선,오토바이용 헬멧,온라인 게임,전자식 도어 록,휴대용 노래반주기,컬러 인쇄도장강판,자전거용 신발… . 이들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상품들이다.

한국산업기술재단에 따르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상품 수는 2003년 49개에 불과했지만 2004년 59개,2005년 78개,2006년 86개 등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 1위 품목은 127개(지식경제부 집계)다. 여기에 세계 시장 5위권에 들며 1등에 도전하는 품목은 470개에 이른다. 이 중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중공업 같은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 제품도 많다.

많은 구직자들이 '중소기업=3D'라며 외면하는 동안에도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위상은 달라졌다.

지표로 본 중소기업의 힘은 대단하다. 우선 수출에서 중소기업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2006년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수출 규모는 1037억달러. 대기업 수출(2210억 달러)의 절반에 육박한다.

2003년 199곳에 불과했던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중소기업도 444곳(2007년)으로 늘었다. 이들 기업의 매출을 모두 합하면 83조원을 넘는다.

1997년 83만개였던 대기업 일자리는 2006년엔 70만개로 13만개 줄었지만,반면 중소기업(고용 300인 이하) 일자리는 같은 기간 189만개에서 220만개로 크게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중소 제조업체 수만도 30% 늘어 11만6267개가 됐다.

글로벌 시장은 화려한 브랜드로 치장한 다국적 기업들의 독무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연륜이 더 깊고 기반도 더 탄탄한 강소(强小) 기업들이 훨씬 많이 포진해 있다.

세계 1등 제품을 만드는 기업인들은 "경쟁사보다 먼저 준비하고 한 발 빠르게 투자한 게 성공비결"이라고 말한다.

오토바이용 헬멧에서 세계시장 1위 업체인 홍진HJC의 홍완기 명예회장(69)은 "1등이 되기 위해서는 남을 모방해선 안 된다"며 "누구나 꼭 갖고 싶은 헬멧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한 것이 세계일류상품을 만든 비결"이라고 했다.

홍진HJC는 71년 헬멧용 내구재를 만드는 소규모 봉제업체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연매출 3000억원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오토바이 헬멧업체로 성장했다. 매년 연매출의 10%가량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이 회사의 성공비결은 한 마디로 '가격 대비 고품질'에 있다.

1986~87년 이 회사가 처음 미국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현지 시장은 일본 아라이(ARAI)와 쇼에이(SHOEI)가 1,2위를 다투고 있었다. 홍진은 품질 면에서는 이들 일본 제품에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만 좀 낮추는 전략을 구사했다. 또 경쟁사들이 고수익이 나는 품목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데 반해 다양한 종류와 사이즈의 헬멧을 출시했다.

헬멧의 종류에는 머리 윗부분만 보호하는 하프사이즈(Half size),얼굴이 노출되는 오픈페이스(Open face),비포장도로용 오프로드(Off road),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는 풀페이스(Full face) 등이 있는데 홍진은 당시 이 네 가지를 모두 취급했다. 크기도 경쟁 업체들이 5종류(XS,S,M,L,XL)만 내놓은 데 비해 홍진은 3가지 사이즈(XXS,XXL,XXXL)를 추가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디자인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도자기에 무늬를 입히는 전사기법을 적용,헬멧용 전사지(데칼)를 개발해 냈다. 6개월~1년 주기로 교체되는 외부 그래픽은 '멋'에 민감한 헬멧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는 데 성공했다. 한 모델을 생산하는 데 8(사이즈)×6(색상)×6(무늬)=288종류로 타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했던 것이다. 이런 장인정신과 도전의식이 홍진을 부동의 1위로 만든 요인이다.

제반 경영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홍진HJC처럼 뛰어난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를 누비는 중소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사업 분야와 전략은 다양하지만,위기 뒤에 숨은 기회를 포착해 생존력을 키우는 혁신의 주인공들이야말로 진정한 기업세계의 '프로'라 할 것이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