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놓고 보는 대형 TV와 달리 안방에 두고 보는 소형 TV를 뜻하는 '세컨드(second) TV'를 아시는지.한집에 TV 한 대만 두고 보는 우리와 달리 유럽에서는 각 방마다 작은 TV를 두고 보는 경향이 짙어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업체들이 이름 붙인 말이다. 국내에서는 '안방 TV'로 불리는 세컨드 TV 시장이 최근 들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TV 시장이 점점 대형으로 옮겨가면서 전통적으로 소형 브라운관 TV가 차지하고 있던 세컨드 TV 시장도 덩달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에서 LCD TV로

거실에는 40~50인치대의 대형 TV를 놓고 보더라도 안방에선 기존에 보던 브라운관 TV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LCD(액정표시장치) TV 값이 최근 들어 급격히 싸지면서 안방을 독차지하던 브라운관 TV도 점차 LCD TV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안방용으로 가장 많이 각광받는 제품은 32인치.선명하고 저렴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32인치 TV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팔려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 6월 보르도 19인치 LCD TV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세컨드 TV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3월 초에는 22인치 고화질(HD)급 LCD TV와 32인치 초고화질(풀HD) LCD TV를 내놓으면서 소형 TV 시장에서의 고급화 바람을 이끌기도 했다.

LG전자는 세컨드 TV 시장을 겨냥해 '마스터 베드룸(Master Bedroom) TV' 전략을 세웠다. 최근에는 22인치와 26인치 LH20 시리즈 2개 모델과 22인치 LU40 모델 등 3개 모델의 신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26인치 제품은 90만원,22인치 제품은 59만~69만원 선이다. 권희원 LG전자 LCD TV사업부장(부사장)은 "한국뿐 아니라 북미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세컨드 TV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니터의 도전

모니터를 PC 화면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즘 들어서는 모니터에 HD TV 수신기능이 들어가면서 모니터가 별도의 TV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모니터는 출시 초반에는 '컴퓨터'라는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에 TV 기능이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노트북에 LCD 모니터를 연결해 모니터를 TV와 듀얼 모니터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실용주의'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풀HD급 영상을 볼 수 있는 싱크마스터 T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20인치부터 22인치, 24인치, 26인치 4종류로 선보인 이 제품은 TV 겸용으로 삼성전자의 크리스털로즈 디자인을 채택해 거실에 놓인 TV와 일체감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 빌트인 디지털 TV 튜너를 내장해 모니터로도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26인치 제품(T260HD)은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100일 만에 3만대 판매를 넘어서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멀티미디어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면서 모니터와 TV가 결합된 상품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40인치 프리미엄 세컨드 TV

TV업체들은 올해부터 세컨드 TV 시장도 프리미엄 시장으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들어 TV업체들이 고급화된 55인치대의 대형 LCD TV를 속속 선보이면서 세컨드 TV 시장도 프리미엄급으로 덩달아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높인 주된 원인은 고기능,고사양 신제품 TV들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LED(발광다이오드)를 사용한 LED TV 시리즈를 내놓은 데 이어 초당 240장의 화면을 구현해 잔상을 없앤 240㎐(헤르츠) LED TV를 선보였다. 크기도 커졌다. 지난해까지는 40인치대가 주도하는 시장이었다면 이번 신제품들은 55인치까지 구비해 TV 시장의 대형화를 주도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안방에 두는 TV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강남점 장재익 점장은 "일부 고소득 고객 중에는 55인치 LED TV를 구입하면서 40인치 LED TV를 세컨드 TV로 함께 사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LED TV가 프리미엄 세컨드 TV 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은 얇고 가볍다는 장점 때문이다. 삼성 파브 LED TV 40인치는 무게가 14㎏에 불과해 협소한 공간에서도 효율성이 높다. 소비전력도 기존 TV와 비교해 40%가량 낮아 전기료 부담을 줄인 것도 장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에는 쉽게 설치하고 이동이 가능한 40인치 LED TV가 세컨드 TV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