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성기 노출요?…욕망에 휘둘리는 '속물' 표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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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박쥐' 주연 송강호
"뱀파이어가 된 신부, 친구 아내 탐하는 장면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고 생각해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친구 아내 탐하는 장면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고 생각해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정말 기분좋은 일입니다. 세계적인 감독 작품들과 나란히 선정된 것만으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이죠.큰 상(황금종려상)을 받길 바라지만 수상에 실패한다 해도 개의치 않습니다. "
국내 최고의 성격파 배우 송강호(42)는 자신이 주연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가 올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유명 감독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우답게 그는 출연작 '괴물'(봉준호 감독) '밀양'(이창동 감독)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김지운 감독)에 이어 4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과 비경쟁 부문에 참가하게 됐다.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박쥐'는 뱀파이어(흡혈귀)가 된 신부가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박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처럼 신과 구원의 손길이 과연 있는지를 묻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 박 감독은 이 감독처럼 정답을 내리기보다는 관객들이 스스로 찾도록 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감독의 표현 방식은 다릅니다. "
극중 신부는 봉사하고 헌신하기 위해 바이러스 실험에 자원하지만 뱀파이어가 되고 만다. 선의(善意)에 대한 답변이 저주로 돌아온 것이다. 인간의 무기력함을 표현하는 이야기 구성이다.
"박 감독과 저는 독창적인 표현을 위해 기존 영화 속 신부와 뱀파이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카리스마와 섹슈얼한 뱀파이어가 아니라 인간적인 딜레마에 빠져 벗어나지 못한 채 여자에게 끌려다니는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뱀파이어를 상정했습니다. "
이런 캐릭터 외에도 기존 '뱀파이어' 영화에서 접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다. 뱀파이어 신부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피를 죽지 않을 만큼만 빤다. 또 혼수상태 환자의 혈액을 호스로 연결해 마시고,평소에는 환자용 혈액팩을 즐긴다. 살인을 피하려는 신부의 분투를 유머러스하게 포착한 것이다.
"신부가 친구 아내에게 피를 수혈해 뱀파이어로 만드는 클라이맥스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쁨과 슬픔,분노와 연민 등 애욕의 모든 감정들을 미술 음악 카메라워킹 조명 등을 동원해 인간 심연의 카오스 상태를 그렸습니다. 기이한 공포와 유머도 곁들여졌고요. "
또다른 장면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한 것에 대해서는 "에로틱한 분위기를 위해 주요 부분을 노출한 게 아니다"라며 "예술적으로 가장 강렬한 표현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성기 노출 장면은 타락한 신부가 욕망에 휘둘리며 속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장면을 극 전개 상 꼭 필요한 것으로 인정해 모자이크처리를 하지 않고 상영하기로 했다.
'박쥐'는 '공동경비구역'과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 박 감독과 송강호의 3번째 협업작품.박 감독의 작업 스타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시나리오와 콘티가 다른 감독들보다 정교해 현장에서 거의 바꾸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유명 감독들이 자신을 자주 캐스팅하는 것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답했다. "그들(유명 감독)과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상대적으로 출연 기회가 많은 데다 무엇보다 스케줄이 우연히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국내 최고의 성격파 배우 송강호(42)는 자신이 주연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가 올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유명 감독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우답게 그는 출연작 '괴물'(봉준호 감독) '밀양'(이창동 감독)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김지운 감독)에 이어 4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과 비경쟁 부문에 참가하게 됐다.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박쥐'는 뱀파이어(흡혈귀)가 된 신부가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박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처럼 신과 구원의 손길이 과연 있는지를 묻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 박 감독은 이 감독처럼 정답을 내리기보다는 관객들이 스스로 찾도록 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감독의 표현 방식은 다릅니다. "
극중 신부는 봉사하고 헌신하기 위해 바이러스 실험에 자원하지만 뱀파이어가 되고 만다. 선의(善意)에 대한 답변이 저주로 돌아온 것이다. 인간의 무기력함을 표현하는 이야기 구성이다.
"박 감독과 저는 독창적인 표현을 위해 기존 영화 속 신부와 뱀파이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카리스마와 섹슈얼한 뱀파이어가 아니라 인간적인 딜레마에 빠져 벗어나지 못한 채 여자에게 끌려다니는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뱀파이어를 상정했습니다. "
이런 캐릭터 외에도 기존 '뱀파이어' 영화에서 접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다. 뱀파이어 신부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피를 죽지 않을 만큼만 빤다. 또 혼수상태 환자의 혈액을 호스로 연결해 마시고,평소에는 환자용 혈액팩을 즐긴다. 살인을 피하려는 신부의 분투를 유머러스하게 포착한 것이다.
"신부가 친구 아내에게 피를 수혈해 뱀파이어로 만드는 클라이맥스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쁨과 슬픔,분노와 연민 등 애욕의 모든 감정들을 미술 음악 카메라워킹 조명 등을 동원해 인간 심연의 카오스 상태를 그렸습니다. 기이한 공포와 유머도 곁들여졌고요. "
또다른 장면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한 것에 대해서는 "에로틱한 분위기를 위해 주요 부분을 노출한 게 아니다"라며 "예술적으로 가장 강렬한 표현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성기 노출 장면은 타락한 신부가 욕망에 휘둘리며 속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장면을 극 전개 상 꼭 필요한 것으로 인정해 모자이크처리를 하지 않고 상영하기로 했다.
'박쥐'는 '공동경비구역'과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 박 감독과 송강호의 3번째 협업작품.박 감독의 작업 스타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시나리오와 콘티가 다른 감독들보다 정교해 현장에서 거의 바꾸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유명 감독들이 자신을 자주 캐스팅하는 것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답했다. "그들(유명 감독)과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상대적으로 출연 기회가 많은 데다 무엇보다 스케줄이 우연히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