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가 앞으로 북한을 잘 다루려면 중국이 무임승차를 하지 말고 북한에 영향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게 더 급하다. "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2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의 외교정책에 어느 학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을 예고해온 차 교수는 전임 부시 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국장에 이어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냈다.

그는 북한 이란 쿠바 등 '불량국가'들을 향한 오바마 대통령의 대화 · 화해 중심의 '스마트 외교'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유용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설령 스마트 외교가 실패한다고 해도 어느 누구도 불량국가들의 나쁜 행동을 미국이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북한이 북핵 6자회담을 거부하면서 고위급 대화를 위한 오바마 정부의 열정은 조금 식었다고 볼 수 있지만 6자회담 틀이 유지돼야 한다는 분위기는 오바마 정부에 강하게 살아 있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출범 초기부터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고,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기 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런 강력한 메시지를 분명히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차 교수는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북한 내 사정으로 보아 강경파들이 부상할 수 있다"며 "강경파들은 자신들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행동을 취하길 원할 것이고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 협상보다는 핵무기 감축 협상을 벌이길 희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은 북 · 미 양자협상을 반대하지 않고 있지만 워싱턴이 현재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에 대해 유형 무형의 레버리지(영향력)를 갖고 있다"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내는 게 1949년 건국 이후 중국이 국제외교에 유일하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중국 지도자들과 북한 문제를 주제로 직접 대화하는 방식에 아주 능숙했으며 특히 중국 측이 (한반도 문제에) 무임승차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힘썼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정부도 그런 능력을 갖길 바란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중국이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을 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분위기 속에서 중국에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중국이 보유 미 국채를 매각한다고 위협하는 것은 오판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