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제우스의 형벌을 받아 산꼭대기로 커다란 바위를 밀어 올려가는 시시포스의 신화가 떠올랐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이 학원의 오후 10시 이후 심야교습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서다.

사교육에 대한 규제는 지난 30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온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그 때마다 실패했다. 오히려 규제할 때마다 사교육 시장이 더욱 커졌다. 역사가 사교육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무모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묘하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은 실패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결연함인가,아니면 터득한 무슨 특별한 비책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는 경제학자다. 경제학자라면 어떤 것을 규제를 할 경우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음성적으로 더 커지며 사회에 일어나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지금까지 사교육 문제를 규제로 풀려고 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교육학자나 정치가들이었다. 그들은 몰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경제학자가 그러한 발상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왜 일어나는지,왜 그렇게 지나치게 과열되는지 그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사교육 문제는 평준화 정책과 고교등급제 및 본고사 금지 등의 3불(不) 정책과 같은 대학입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산물이다.

대학 입학을 위한 과외 교습은 사회가 대학을 선별기능을 하는 기관으로 이용하는 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대학은 지식을 제공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기능 이외에 선별기능을 한다. 다시 말하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 주는 신호역할을 한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가 유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그것은 또 졸업 후 그의 삶의 전부를 결정하는 현실이 되었다. 같은 대졸자라고 하더라도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달리 평가받는다. 소위 명문대학 졸업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이 입시위주로 되어 버렸다.

게다가 정부의 평준화 정책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무시되고,획일적이고 조악한 교육 상품 몇 가지만을 강요하는 학교교육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만족하지 못했다. 그러자 과외를 비롯한 이른바 사교육시장이 형성돼 급격하게 커진 것이다.

또한 3불정책으로 정부가 정해놓은 획일적인 잣대에 의한 평가방법으로 인해 재능과 개성이 각각 다른 학생들이 거의 일률적인 시험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입시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며,그에 따라 과외 교습이 더욱 치열해지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지나친 사교육이 문제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자녀를 둔 모든 가계의 근심거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규제로 잡힐 일이었으면 벌써 사라져 그 문제가 곽 위원장에게까지 오지도 않았다.

사교육 문제의 해법은 그것을 규제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교육 문제가 발생하는 까닭은 바로 정부의 평준화 정책과 3불정책과 같은 정부의 간섭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들을 폐지해야만 사교육 문제가 해결된다.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처방은 백약이 무효하며 오히려 병을 키운다.

권력은 형벌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또 다시 굴러 떨어질 바위를 굳이 밀어 올리려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형벌에서 벗어나려면 원리를 따라 정도로 가야 한다.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