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의 투기지역 · 과열지구 해제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집값이 불안한 데다 국회(기획재정위 조세소위)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대상에서 투기지역을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역시 "지금은 풀 때가 아니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다. 투기지역(대출규제)과 투기과열지구(분양권전매제한)로 묶여 있는 곳은 전국에서 강남 3구(강남 · 서초 · 송파)가 유일하다.

◆강남은 특별관리 대상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양도세 차등 완화 방안에 대해 "강남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데 돈이 많다고 집을 여러 채 갖게 되면 문제가 있다는 게 국민의 정서"라며 "투기지역은 가격 불안에 대비한 장치들을 남겨놓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를 둘러싼 당 · 정 간 혼선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동산 거래를 빨리 정상화시켜 내수 회복을 조기에 해야 겠다는 의욕이 앞섰던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처럼 부동산정책 입안자들에게 강남권은 삼킬 수도,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다.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파급력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강남은 정부의 '특별 관리 대상'이기도 하다. 실제 불황기에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최적지'로 대접을 받는다. 정부가 작년부터 재건축 후분양제 폐지,조합원 지위양도 허용,용적률 상향,소형의무비율 완화,종부세 · 양도세 완화 등 강남권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규제를 대폭 푼 것도 경기회복이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하지만 강남은 집값 불안의 '진앙지'로 돌변,정책적으로 푸대접을 받기도 한다. 수요 억제를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던 참여정부 때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당초 부동산 규제를 풀더라도 집값이 움직일 시기를 '빨라야 올 하반기'로 예상했다. 하지만 강남권에서만큼은 이런 예측이 빗나가고 말았다. 실제로 강남권 집값은 지난 1월만 해도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2월 들어 강남구와 송파구가 동시에 0.9%씩 올랐다. 통상 집값이 월간 1% 오르면 이른바 '황색 경보(요주의)'지역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위험수위에 다다른 상승률이었다. 1분기 아파트 거래량 증가폭이 서울 전체보다 적은 데도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동성 장세 속에 규제완화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강남권 집값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며 "집값 상승 확산 여부와 추격 매수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 빠진 자산경기 효과 경계해야

문제는 최근의 집값 움직임을 볼 때 실물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자산경기만 부양시켜 또 다른 거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부양에 무게를 두면서 정부가 집값 안정에 소홀해 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정부는 규제완화로 주택공급 확대,경기회복,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지만 최근 강남 집값은 소득이나 경기 등 실물보다 대출이자 등에 민감한 유동성 장세여서 투기 수요가 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도 크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경기가 본격 회복기에 들어설 2~3년 뒤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불안 가능성을 더 걱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방식의 집값 안정 목표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3년과 2006년에 집값이 급등했던 것도 주택 수급 여건이 정책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며 "집값이 불안해지면 대출한도 축소 등 금융 대책과 투기과열지구 제도 등을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들어 양도세 중과폐지,강남권 투기지역 · 투기과열지구 해제,재건축 소형의무비율 등 당 · 정간,부처간,정부 · 지자체간 엇박자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주택법),학교용지 분담방안(학교용지특례법) 등 부동산 가격이나 수급에 큰 영향을 줄 법안들은 국회에서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역대 정부마다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다 집값 급등,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을 키웠던 악순환을 또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며 "불황기일수록 정책에 대한 믿음이 중요한 만큼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