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의 클라이맥스를 담당한 도깨비불, '노량'의 압도적인 해상 전투, '승리호'의 혁신적인 우주 시퀀스, 그리고 드라마 '스위트 홈'의 광활한 디스토피아는 모두 하나의 회사에서 만들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특수효과(SFX) 팀 '디앤디라인'의 창조물이다. 특수효과는 더 이상 영화의 리얼리즘을 보조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 자체의 비전과 미학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지난 30년간 약 1000편의 작품을 거치며 진화해 온 한국 특수효과의 여정을 도광섭 디엔디라인 대표를 통해 들었다.▷일단 한국영화에서(혹은 드라마에서) 특수효과가 쓰이는 부분, 다시 말해 특수효과의 범위와 정의가 좀 필요할 것 같다.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특수효과이고, 어디부터가 특수분장이나 특수소품인지,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가 관여했는지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한국 특수효과의 시작이라고 하면 기후와 관련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초기에는 비나 눈이 내리는 것, 그리고 바람이 부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특수효과의 주류를 이뤘다. 현재는 실사로 구현하기 힘든 장면 모두에 특수효과가 관여된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 홈’을 예를 들면 괴물이 도시를 파괴하고 부수는 것, 그런 장면에서 차나 건물이 날아가는 것 등을 특수효과 팀이 처음부터 설계하고 구상해서 만들어낸다.”▷작업 구상은 어떻게 이뤄지나. 시나리오를 받고 검토하는 방식인가.“시나리오 팀과 특수효과 팀 양쪽에서 동시에 파악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도 시나리오를 받으면 특수효과가 필요한 곳을 검토하고 연출 쪽에서도 동시에 요
Z세대 첫 번째 재즈 스타, 21세기 엘라 피츠제럴드와 세라 본…. 1999년생 미국 재즈 가수 사마라 조이(26)를 향한 수식어다. 그는 지난 3일 그래미어워즈 재즈 분야에서 두 개 부문을 수상했다. 2023년부터 매년 그래미상을 거머쥔 그는 이제 5관왕. 사마라 조이는 올해 시상식에서 자신의 음악 여정에 함께한 모든 이에게 감사를 전했다. “곧 만나요(I will see you soon)”라며 인사말을 끝맺은 것처럼 오는 1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열고 한국 팬을 만난다. 공연을 준비 중인 그를 서면과 화상으로 만났다.사마라 조이는 가스펠 창법을 기반으로 재즈의 기본을 소화해 왔다. 파워풀한 성량과 나이에 비해 원숙한 스윙감이 강점으로 꼽힌다. 21세기 엘라 피츠제럴드라는 별명을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전설적인 재즈 싱어와 함께 언급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거장의 음악에서 많은 걸 배웠고, 목소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았거든요.”그는 ‘재즈 신데렐라’로만 남으려 하지 않는다. 데뷔 때부터 쏟아진 관심과 주목을 자양분 삼아 더 크게 성장하고 있다. “데뷔 앨범을 만들 때는 아이디어를 표현하거나 제가 무엇을 듣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 자신감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어요. 최신 앨범인 ‘포트레이트(Portrait)’를 작업할 때는 밴드 편곡에 관한 역량, 나만의 방식으로 노래하겠다는 의지를 믿었죠. 저는 늘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있고 싶고, 이 앨범이 꼭 그랬어요.”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포트레이트 수록곡을 들려줄 예정이다.포트레이트라는 앨범명은 오랜 고민 끝에 붙인 이름이다. 뉴욕 타운홀에서 열릴 콘서트를 준비하던 사마라 조이
물은 파란색, 수련은 흰색, 그 잎은 초록색이다. 클로드 모네가 ‘수련’ 연작을 그리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수련을 본 이들은 비로소 깨달았다. 아침 햇살을 받은 보랏빛 연못 위 연보라색 수련은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 에메랄드빛 연못과 크림색 수련으로 보이고, 해 질 녘에는 춤추는 주황빛과 분홍빛으로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인상주의가 등장하기 전 화가들은 그림에 색(色)을 쓸 때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했다. 고상한 품격을 의미하는 어두운 갈색을 주로 써야 했고, 원색은 도덕·순결 등을 표현할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주제도 정해져 있었다. 신화와 종교, 역사 등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들을 다룬 그림만이 가치 있다고 여겨졌다. 그렇지 않은 작품은 전시를 거부당해 세상의 빛을 볼 수조차 없었다.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자들은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고리타분한 규칙과 주제, 편견을 내다 버리고 밖으로 나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을 두 눈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빛과 공기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그 풍경을 원색의 그림에 담아냈다.사람들의 첫 반응은 싸늘했다. 151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첫 번째 인상주의 전시회는 조롱거리였다. 모네는 “벽지 모양보다 수준 낮은 그림”, 카미유 피사로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인물화에는 “썩어가는 시체 같다”, 세잔의 그림에는 “정신병자의 환각 상태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폭언이 쏟아졌다.가난과 비웃음에 시달리면서도 인상주의 화가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인상주의자처럼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