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다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해 경제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바닥을 치고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9일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3.8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전망치인 BSI가 기준선인 100을 넘은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만의 일이다. 작년 6월부터 계속해서 100을 밑돌았으며 올 4월에는 86.7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고환율로 수출 실적이 개선되고 기업들이 재고 소진과 원가 절감 등의 노력을 펼쳐 1분기 영업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나아져 BSI가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있는 것도 기업들이 다음 달 경기를 밝게 보는 이유로 꼽혔다. 특히 내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도소매업 전망이 4월 98.3에서 5월에는 127.1로 큰 폭으로 올랐고 건설업도 정부 재정 집행 효과로 상승세로 반전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8일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CSI)도 100에 근접했다. CSI는 경제생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전달 84에서 14포인트나 뛴 98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경상수지흑자는 66억5000만달러로 종전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10월의 47억5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경상수지는 지난 1월 16억4000만달러 적자에서 2월 35억6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뒤 두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이영복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수출이 감소했지만 수입의 감소폭이 더 커 대규모 흑자가 났다"며 "4월에도 30억달러가량의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심리 회복에다 주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플러스 전환 등이 겹치면서 경기바닥론과 V자형 반등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회복 패턴이 L자형이나 U자형보다는 V자형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증권사의 이동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경기가 적극적 재고 조정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고 1분기 GDP 성장률과 월간 경제지표 변화 등을 감안하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4.0%(L자형 전망)는 이미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경기 하강 속도가 조금 완화되고 있을 뿐 경기 하강이라는 방향성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낙관적 진단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경계했다. 한은 관계자도 "CSI와 BSI는 주가나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며 "심리지표 개선이 소비확대와 생산증대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전경련 BSI에서 투자(93.4) 고용(97.7) 자금사정(93.0) 등은 여전히 부진했다.

박준동/김용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