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팔리는 휴대폰 10대중 2대가 '짝퉁'이라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9일 보도했다.

IHT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를 인용,중국에서의 기술 개발과 규제 완화 덕택에 '산자이(山寨)'로 불리는 짝퉁 휴대폰의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심지어 짝퉁 휴대폰은 러시아 인도 중동 유럽 미국 등지에까지 수출되고 있다.

IHT는 가짜 명품 핸드백과 DVD를 만든 지 수 년 만에 중국 업체들이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터치스크린 키보드와 뒷면의 로고를 보면 영락없는 애플의 아이폰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폰을 모방한 하이폰으로 가격은 5분의 1수준이다. 중국 점원들은 디자인 뿐 아니라 성능도 진짜 못지 않다고 선전한다. 삼성전자와 노키아휴대폰 짝퉁도 SUMSUNG NCKIA 등의 이름으로 버젓이 팔린다.

짝퉁 휴대폰이 급성장하고 있는 건 대만 반도체디자인 회사인 미디어텍이 개발한 회로기판 기술 덕택이 크다. 싼 값에 여러 칩을 통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휴대폰 제조원가가 40달러도 채 안된다. 지난 2007년 휴대폰 제조업 허가요건이 완화된 것도 짝퉁 휴대폰이 늘어난 배경이다.

휴대폰 부품 업체인 트리퀸트 반도체의 세일저 매니저인 슝 팅은 "5명만 있으면 휴대폰을 만들 수 있다"며 "선전에서 모든 휴대폰 부품을 공급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자이 휴대폰 업체들은 5000대 물량만 확보되면 생산에 들어간다. 24시간 가동하는 공장도 있다. 특히 산자이 휴대폰은 높은 품질 덕분에 중국인의 자존심을 자극하며 애국심 마케팅까지 펼치고 있다. 중국 TV의 저녁 홈쇼핑방송에는 "산자이 구매로 애국심을 보여달라"는 광고카피가 흐른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왕 지핑 애널리스트는 "산자이 휴대폰은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에 즉각 반응한다"고 말했다. 창의적이라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짝퉁 휴대폰 시장의 성장은 세계적인 휴대폰의 가격도 끌어내리고 있다.

짝퉁 휴대폰 성장에 놀란 외국 휴대폰 업체들은 중국 정부에 짝퉁 단속 강화를 촉구하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2차전지 폭발, 전자파 누출 등 짝퉁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소매시장에서 100~150달러에 팔리는 짝퉁 휴대폰 매출은 거의 위축되지 않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