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선 거래가 최근 석 달 연속 100건을 넘어서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낮은 가격에 좋은 배를 확보하려는 선사들이 늘면서다. 해운경기가 바닥을 다진 것 아니냐는 전망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 대형 해운업체들도 중고선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29일 세계 조선 · 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중고선 거래 건수는 작년 12월 47건으로 바닥을 친 뒤 올 1월 74건,2월 103건,3월 111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27일 현재 100건이 거래됐다. 해운시황이 나빠지기 직전인 지난해 7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철광석과 곡물,유연탄 등 건화물을 나르는 벌크선 거래가 지난해 10월 13건에서 2월 이후 평균 50건을 넘으며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금이 바닥…중고선 사두자"

중고선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은 해상운송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서다. 브라질과 중국 간 철광석 운송 수요가 꾸준히 늘었고,곡물 운송 수요도 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BDI(발틱운임지수)는 작년 말 600선까지 떨어진 뒤 27일 현재 1839로 되올랐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대규모 건화물 수송 계약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벌크선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벌크선 가격이 예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중고선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10만t급 이상 선박인 케이프사이즈급(보통 17만t급) 중고 벌크선 가격은 지난해 4월 평균 1억4500만달러에서 최근 4800만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6만~10만t급 선박인 파나막스급 중고 벌크선도 8300만달러에서 2800만달러로 뚝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하락폭이 커 투자 개념으로 중고선을 사려는 금융회사도 늘고 있다"며 "대한해운이 최근 일본 금융사에 선박 5척을 팔고 다시 빌려 자금을 확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잇따른 폐선으로 선박시장 조정 일단락

폐선 건수가 늘어난 것도 선박 시장 조정에 도움이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호황이던 지난해 6월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폐선 건수가 11월 25척,12월 58척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매달 20~40척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해운업체들도 선박을 싼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발빠른 물밑 작업에 나섰다. STX팬오션은 중고선 확보를 위해 최근 선박금융 태스크포스를 구성,연내에 20척의 중고선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선박펀드에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김혁기 STX팬오션 전략영업실장은 "어려운 시기지만 가격이 낮을 때 좋은 선박을 확보해 경쟁력 있는 선대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빠르면 5월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중고선 확보에 나섰다. '10년 장기 용선' 등 최대한 자금 부담이 적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업황 자체가 좋지 않아 부담이지만 원가에 나온 선박을 확보할 좋은 기회"라며 "시황이 좋지 않은 만큼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