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중심지 '시티 오브 런던'이 흔들리고 있다. "

뉴욕타임스는 29일 지난 10여년간 금융으로 연 3%대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영국 런던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빛이 바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10.7%를 차지한 주력 산업인 금융이 붕괴하면서 실업자가 급증하고,막대한 금융권 구제금융으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영국 정부가 고소득층 소득세율을 50%로 올리면서 부유층과 기업인들도 런던을 등지고 있다.

영국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집권기 '금융빅뱅'을 통해 경쟁력 없는 제조업을 포기하는 대신 금융산업을 캐시카우(현금원)로 삼았다. 런던이 국제 금융시장의 30%를 장악한 금융중심지로 세를 확장하면서 1996년 영국 GDP의 5.5%에 불과했던 금융산업 규모는 작년 10% 이상으로 두 배 증가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런던 금융가에선 은행 부문 손실과 파운드화 폭락으로 2조파운드(약 2조9000억달러)가량의 자산이 사라졌다. 주택시장 거품이 빠지면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등 부실자산 규모는 GDP의 6.4%(925억파운드)로 불어났다.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최근 연봉 15만파운드 이상 고소득층 소득세율을 50%로 높이자 런던을 떠나 스위스 모나코공국 등 해외로 사무실을 옮기려는 기업인들이 줄을 이으면서 전 세계 기업과 금융의 심장부인 '시티 오브 런던'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NYT는 전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