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 가장 굴욕적인 하루 일과는 오전 7시30분 전후 사저 앞에 대기 중인 청와대 측 제공 버스를 타면서 시작된다. 사저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떠날 때 취재진에게 짤막하게 입장을 밝힌다. 봉하 마을에선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 친노세력과 노사모 회원들이 그를 배웅한다. 그가 탄 버스는 경호팀의 경호차량과 경찰 오토바이에 둘러싸여 출발한다. 수많은 언론사 취재차량이 노 전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포착하기 위해 따라 붙고,하늘에선 방송3사의 중계용 헬리콥터가 뒤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경호를 맡고 있는 경찰 측에서 29일 오후 경호상의 문제를 들어 KTX를 이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버스로 쉬지 않고 달리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까지 약 4시간(약 400㎞)에 주파할 수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점심식사와 화장실 이용을 위해 한차례 휴게소에 들를 가능성이 높아 실제 이동 시간은 5시간가량 걸릴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포토 라인에 서는 시간은 오후 1시30분.그는 기자들에게 짧게 심경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전례대로라면 이인규 중수부장 사무실에 들러 차를 한 잔 마시며 조사와 관련한 안내를 받는다.

이후 VIP용 특별조사실(1120호)로 자리를 옮겨 검사들의 신문을 받는다. 조사실에선 책상을 사이에 두고 검찰 측(우병우 중수1과장 · 수사검사 1명)과 노 전 대통령이 마주 앉는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변호인으로 입회하게 된다. 검찰 측에선 우 중수1과장이 조사를 총괄하고 혐의별로 돌아가면서 담당 수사검사들이 배석한다.

검찰은 미리 마련한 200여개의 질문 항목을 놓고 강도높은 신문을 펼친다. 물론 조사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사 때에도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원하는 시간에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저녁 식사 후 조사는 새벽 1~2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신속한 조사보다는 철저한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심야 조사를 요청하면 이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밤 늦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대질신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꼼꼼히 읽은 뒤 서명날인하는 것으로 조사는 마무리된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 하고 대검 청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