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경제의 '자양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풍요가 꼭 선진국의 기준은 아니죠.전통문화의 가치를 존중하고 보존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구나 미술은 상품의 광고 및 디자인,디스플레이 등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

가정의 달인 5월 한 달간 전국 사립미술관 44곳이 참여하는 '뮤지엄 페스티벌'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76 · 사립미술관협회 명예회장)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그 나라의 문화척도 역할을 하는 만큼 아이들에게 미술문화 체험을 통해 '안목'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상품 콘텐츠의 아이디어 보고인 미술관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이 찾아갔으면 좋겠다"며 "특히 최고경영자(CEO)에게 미술은 감성응용력,네트워킹 능력,도전정신을 다져주는 가장 아름답고 부드러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아제약 사원 시절인 30대 중반부터 40여년간 민속품,도자기,그림,조각,화장도구 등 약 6000점을 모았을 정도로 소문난 미술품 컬렉터다. 요즘에도 한 달에 서너 번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를 찾아 마음에 드는 그림을 사 모은다.

"숫자를 따지는 경영학도 출신은 자칫 인간미(감성)를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1970년대 초 동아제약에 다닐 때 모교 선배 교수의 충고도 있고 해서 월급을 쪼개 미술품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감성을 키워 이성과 밸런스(균형)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기도 했고요. 사실상 그때부터 인사동을 드나들며 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겁니다. "

서울 강남 언주로의 복합 문화공간 스페이스-C는 유상옥식 문화경영의 결정체로 꼽힌다. 지난 2003년 설립한 스페이스-C는 '코리아나미술관' '코리아나화장박물관'과 국내 최초의 뮤지엄 카페 '카페 스페이스-C',옥상에 위치한 하늘 정원 '씨-가든' 등으로 구성됐다.

그는 "그동안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기업의 경영 가치를 토대로 벌어들인 재원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문화공간 '스페이스-C'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3월 그동안 모은 화장 관련 유물 및 문화재 200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사립미술관협회 명예 회장으로 그가 준비하는 '뮤지엄 페스티벌' 행사는 어린이들에게 미적 감성을 일깨워주고 미술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는 "어린이 미술아카데미를 비롯해 도자기 만들기,만화 만들기,애니메이션 체험 등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꿈나무'들이 그림을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려대 상대를 졸업한 유 회장은 1959년 동아제약에 공채로 입사해 라미화장품 사장을 역임했으며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을 설립했다. '나의 소중한 것들''문화를 경영한다''화장하는 CEO' 등의 저서를 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