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들은 '이야기 사냥꾼'을 자처한다. 특히 대중의 눈물을 쏙 빼놓는 감동적인 스토리들을 좋아한다. 기업들의 이야기 사랑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더 열렬해졌다.

기왕 예산을 쓰기로 한 이상 감동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스토리 안으로 직접 뛰어드는 전략을 쓴다. 이들의 역할은 어려운 사람들을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힘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스토리를 '해피 엔딩'으로 이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이야기 전파력이 발군이다. 지난해 1월 한 방송국에서 '아빠,대학 갈래요'라는 제목의 현장 르포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장애 3급으로 택시 영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남동생과 단칸방에 살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챙기고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는 김민경양(19)이 주인공이었다. 김양의 꿈은 의사이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 얘기를 접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즉시 김양을 후원할 것을 실무진에게 지시했다. 남은 고교 과정 1년과 대학 4년 동안의 학자금 전액을 지원키로 한 것.금호아시아나의 선행은 김양이 출연한 '꿈을 향한 도전은 아름답다'는 주제의 공익 광고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확산됐다. 스토리에 기반을 둔 사회공헌 마케팅이 김양과 금호아시아나 모두에 이익을 준 것이다.

금호아시아나의 '스토리 사회공헌' 전략은 올해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아름다운 기업'이라는 기업 브랜드를 확산시키기 위해'협력업체들과의 상생''소외계층 돕기' 등 7가지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스토리를 발굴해 기업 이미지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 없이는 못 살아~"라는 후렴구로 유명한 금호아시아나의 기업 이미지 광고는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따 왔다. 광고 모델로 나선 탤런트 이천희씨는 "김계모 없이는 못 살아"라고 노래한다. 김계모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역할을 맡은 탤런트 김수로씨의 별명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늘 티격태격하지만 일이 생기면 서로 협력하는 이천희씨와 김수로씨의 얘기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한 취업 사이트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2위에 올랐다.

송형석/박민제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