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인 기질이 있어서인지 피해 가려고는 하지 않았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더 밝혀져야겠지만,법률인이어서 권양숙 여사가 돈받은 것도 몰랐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

김기수 전 검찰총장(69 · 현재 법무법인 영진 대표변호사)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밖에서 지켜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총장은 1995년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전두환 ·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수사를 총지휘했다.

그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기 조심스럽고 개인적인 감정도 없다"고 전제한 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동생이 연루됐던 몇십억원의 (뇌물 수수) 사건도 다 뒤집어썼고,전두환 전 대통령도 다른 사람의 죄를 떠안는 모습을 보였는데,검찰 수사가 맞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들과 색깔이 다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뇌물 공여자가 안 준 뇌물을 줬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일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기소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불구속할 수도 있겠지만 그 경우 1억원,2억원을 받고 구속된 다른 사람들과의 균형이 맞춰질지가 의문"이라며 "법은 원칙대로 적용하고 정치적인 면을 고려한다면 나중에 사면 복권을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처리일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과거 전직 대통령을 수사할 때 "아찔한 상황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1995년 12월3일 검찰 수사관들이 이른바 '골목성명'을 마치고 경남 합천 고향집에 내려가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집에 들어갔는데 30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은 것.전 전 대통령의 경호팀들은 총기도 휴대하고 있어 혹시라도 불의의 상황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김 전 총장은 가슴을 졸이며 TV로 이를 지켜봤다. 다행히 수사관들은 10분가량 더 지나 전 전 대통령을 데리고 나왔다.

당시 체포는 세밀한 계획 아래 진행됐다. 김 전 총장은 "수사관들에게 전 전 대통령을 만나면 검찰의 '검'자도 내뱉지 말라고 했다"며 "당시 수사관들은 전 전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돼 집행하러 나왔다'고만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 소환을 거부한 만큼 '검찰'이라는 말 자체에 큰 거부감을 느낄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 소환을 위해 차량에 병원에서 사용하는 '요강'을 준비하기도 했다. 김 전 총장은 "당시 전 전 대통령이 차량으로 서울로 이동하던 중 '화장실에 가자'고 했다"며 "'휴게소에 들르면 취재진을 만나야 한다. 요강을 사용하자'고 하니 '그냥 참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서는 '비밀 쪽지' 일화를 소개했다. 김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했을 때 자택에서 사식을 보내 반입을 허락했다"며 "사식에 쪽지가 함께 들어와 노 전 대통령이 몰래 읽다가 감시카메라에 적발됐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수사팀이 노 전 대통령과 옥신각신한 끝에 압수했지만,쪽지는 아들이 보낸 것으로 "아버지,힘내세요"라는 격려의 내용만 담겨 있었다.

김 전 총장은 사시 2회로 1969년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후 법무연수원장,서울고검 검사장,검찰총장 등을 지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