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와 미국 다우지수 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9일 1338.42로 3% 가까이 급등하며 나흘 만에 강세로 돌아섰다. 이날 새벽 마감된 다우지수는 은행주 부진 등에 발목이 잡혀 이틀 연속 하락했지만 국내 증시는 급반등했다.

코스피지수는 SI 발병과 미국 은행들의 추가적인 잠재 부실 우려로 급락한 전날을 제외하고는 닷새 연속 다우지수와 상반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조를 발판 삼아 홀로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24일과 27일에는 뉴욕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을 드러내며 오히려 내림세를 보였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길게 보면 지난 3월 이후 코스피지수와 다우지수 간의 차별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단기 상승 국면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미국과 국내의 펀더멘털 개선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달러화 움직임 등이 여전히 불안정해 상대적으로 탄력이 떨어지고 있지만,한국은 수출주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최근 주식시장의 상대적 강세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수출 의존도가 부쩍 높아진 중국쪽 경제지표들이 빠르게 호전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재고 소진 사이클이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와 관련된 이슈들이 반복되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증시와는 별개로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점 역시 미 증시 흐름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코스피지수의 단기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큰 데다 투자심리가 장중 전해지는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내부 호재를 배경으로 상대적 강세를 보인 후에는 기술적 부담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며 "다우지수가 올라도 상승을 이끈 수급의 균형이 무너지면 국내 증시는 조정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국내외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투자심리가 민감해진 상황에서 장중 재료 등에 국내 증시가 먼저 반응하면서 일시적인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나스닥선물과 동행하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라고 진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