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을 때 프로그램 말미를 할애해 특별히 칭찬한 공기업이 있다. 대한주택공사가 그 공기업이다. 이 대통령은 주공이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1000명에게 일자리를 만든다는 소식에 '아름답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모범사례로 소개했다.

무엇보다 주부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줄 재원 40억원을 주공 직원 4000여명의 직원복리 후생예산으로 마련했다는 사실이 호평을 받았다. 결과도 좋았다. 하루 6시간씩 한 달에 20일을 일하면 반년 동안 6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주공의 제안은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모두 2457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5 대 1에 이르렀다. 주부사원들은 '돌보미 서비스'를 위한 각종 교육을 받고 지난 3월 발대식 개최 이후 두 달째 활동에 나서고 있다. 돌보미서미스란 치매노인의 말벗이 돼 주거나 환자를 수발하고 소년소녀 가정의 학업지도 등을 뜻하는 말이다. 주부사원 한 명은 일주일에 한번씩 10개 가정을 방문한다.

주공이 어려움에 빠진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진한 일은 비단 주부사원 일자리 제공에만 그치지 않는다. 투자예산을 작년 대비 10% 늘린 15조8112억원으로 계획하고 이 가운데 63%에 해당하는 10조366억원을 상반기에 집행해 자금조달 문제로 힘겨워하는 건설업체들을 돕고 있다. 공사비를 조기에 집행하기 위해서 발주부터 계약까지 110일 정도 걸리던 계약완료 기간을 1개월 이상 줄였다. 법적으로 14일 이내에만 끝내면 되는 기성검사 소요기간도 대폭 단축했다. 건설공사비는 지난해보다 39% 증가한 9조6840억원으로 편성해 16만5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주공은 "국민경제를 생각한 예산편성이 계획처럼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집행 특별점검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주택 매입도 주공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주공은 주택수요 감소 등에 따라 발생한 민간 건설업체들의 미분양 아파트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작년에는 5028가구(6139억원)의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했으며 올해는 3000가구가 예정됐다. 미분양 주택 매입은 건설업체들의 유동성 회복에 도움을 준다. 건설현장의 임금 체불 방지를 위해 전자인력 관리시스템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주공아파트 건설현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기성금 지급사실을 휴대폰 문자로 고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주공이 해당 건설업체에 공사비를 줬다는 사실을 근로자들이 알게 되면 임금 체불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주공은 임직원들이 솔선수범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올해 임원 임금은 5% 삭감했으며 2급 이상 직원은 연봉을 동결했다. 최재덕 주공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공기업의 방만경영 사례를 개선하고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정부투자기관으로는 처음 임금 삭감과 동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공은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임대료 2년간 동결을 결정했다. 임대보증금과 월세는 주거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2년마다 조정됐으나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절약을 위해 현재 임대료 수준을 2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동결금액은 전체 364억원으로 수혜 대상은 40만가구다. 주공은 임대료 동결을 통해 발생하는 손실을 설계개선 등 원가절감을 통해 보전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126개 영구임대주택단지 관리비는 40%를 내린다. 공동주택 관리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절감하고,관리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영구임대주택 관리비를 2010년까지 가구당 월평균 3만4600원에서 2만700원으로 낮춘다.

저소득 서민의 난방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공이 직접 난방공급을 하는 아산배방 대전서남부 및 인천논현지구 등의 영구임대 50년 공공임대 및 전용면적 60㎡ 이하의 국민임대주택에 대해 3월부터 지역난방 기본요금 전액을 감면한다. 주공이 공급하는 지역난방을 이용하는 8만5000가구(2014년 기준) 중 33.8%에 해당하는 약 2만9000가구에서 연간 총 8억3000만원의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임대료 현금영수증 서비스를 시행해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