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근로자의 '소득총액신고'는 지난 2월25일부터 국세청에 하면 국민연금공단에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관련 법령이 개정됐다. 소득총액신고는 국민연금공단 입장에서는 1월 하순부터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업무.손놓고 있다가 만약 관련 법령의 개정이 불발되면 큰 업무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초 큰 고민에 휩싸였다.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로부터 일단 신고를 받는 게 유리했던 상황.그러나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사업자들에게 이중으로 필요없는 부담을 지울 수 있다"며 그 같은 '전시행정'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법령 개정에 더욱 힘을 기울였고 그 결과 사업자는 물론 국민연금공단도 불필요한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이 기분 좋게 보험료를 내고,기분 좋게 연금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이 같은 의식 및 조직 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 이상으로 창구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안정성 위주로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릴 방침이다. 고객만족도를 3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작년 말 '서비스혁신 계획'을 수립했다. 박 이사장은 이 계획의 이행 상황을 직접 꼼꼼히 챙기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자산인 국민연금기금을 보호하고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식과 해외투자 비중을 줄여 안정성을 강화하는 대신 해외 자원개발과 발전소 건설 등에 대한 투자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 위탁운용체계를 개선하고 운용 인력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올 연말까지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 국내 · 외 자산 전반에 대한 사전 및 사후 리스크 관리가 보다 철저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기금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잘 지켜냈다. 지난해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연금자산은 평균 19%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총 3조3000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미국 캘퍼스(CalPERS)가 -27.1%,네덜란드 APG가 -20.2%,캐나다 CPPIB가 -14.5%,일본 GPIF가 -13.9%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은 전 세계 주요 공적연기금 중 유일하게 166억원의 플러스 수익을 올렸다.

금융위기가 불거진 작년 하반기부터 발빠르게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투자 등을 확대한 게 주효했던 것이다. 박 이사장은 "아직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수준이 낮고 또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기금을 지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면서도 "지난 30년간 민간기업에서 위기경영을 해온 경험을 살려 좋은 결실을 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으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도 적극 부응하고 있다. 4월1일부터 '대부제'로 조직을 개편해 116개(18.2%)의 간부직을 폐지하고 행정지원 인력을 99명 줄였다. 이렇게 새로 확보된 인력을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노후설계서비스 쪽으로 재배치했다. 노후설계서비스는 국민연금을 기반으로 노후생활의 6대 영역인 재무 · 건강 · 일 · 주거 · 여가 · 대인관계와 관련된 종합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중장기 추진 과제로 기존의 연금서비스 외에 장애소득 보장을 강화할 예정이다.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더욱 두텁게 해 국민연금공단을 '종합소득보장기관'으로 거듭나게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기초연금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다른 연금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공 · 사연금과의 협력을 통해 국민 소득보장서비스 포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나가겠다는 목표다.

박 이사장은 "국민을 고객으로 하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가장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며 "국민연금공단은 각종 업무 성과에서 다른 공공기관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