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갈아타기 비용이 늘었다. 매수 타이밍을 놓친 건가?'

최근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올해 주택 규모별 가격 변동을 분석한 뒤 꺼내든 화두다. 서울 강남 3개구(강남 · 서초 · 송파)의 집값 상승 때문에 강남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하지만 2분기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단기 급등했던 강남 집값도 소폭 하락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기회는 다시 온다'는 낙관론도 슬슬 나온다.


◆중대형 거래 다시 늘어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이 올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이 '갈아타기 수요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지난 1분기 거래신고 자료를 살펴보면 중대형 아파트(전용 85㎡ 초과) 거래량은 총 1만6308가구로 작년 동기보다 4492가구(38%) 증가했다. 반면 중소형(전용 85㎡ 이하) 아파트는 5만471가구로 2만8612가구(36%) 줄었다. 중대형은 서울 강남 4개구(1043가구 증가)와 목동(양천구 468가구 증가),경기 용인,분당 등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거래가 늘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중대형 아파트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고 버블 세븐 지역 투자가치가 다시 부각되면서 중대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서울 강남 등지에 중대형 아파트가 많기 때문"이라며 "중대형 아파트 인기가 다시 부활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형-중형 가격차 벌어져


실수요자들에게 인기있는 중형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소형과 중형 아파트 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소형→중형 아파트 갈아타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중형 내지 중대형 아파트 강세로 '중대형→대형 갈아타기'는 반대로 손쉬워졌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지역 66㎡(20평)형 미만 아파트는 올초 평균 2억473만원에서 지난달 말 현재 2억287만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중형인 66~99㎡(20~30평)는 3억3007만원에서 3억3069만원으로 올랐다. 대형 아파트값은 연초보다 떨어져 중대형에서 대형으로 늘려가기가 한결 쉬워졌다. 중대형인 99~131㎡(30~39평)는 연초 5억2891만원에서 현재 5억3045만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132~165㎡(40~50평)형은 8억2145만원에서 8억2006만원으로 떨어졌다.


◆상대적 저평가 지역 관심 필요

전문가들은 2분기 이후 한 차례 집값 하락장이 찾아올 것이란 전망에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광일 신한은행 부동산투자팀 부장은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담고객에게 구조조정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자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소장은 "1분기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고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유지 입장 때문에 규제완화 효과가 반감됐다"며 "주택시장 비수기인 7~9월에 가격 하락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적 측면에서 중소형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런 점에서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연령대별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4인 가족의 30~40대 가장이라면 중대형 아파트 가격 하락을 기다렸다가 갈아타기를 시도해야 하지만 50대 이후 장년 · 노령층은 주택 규모를 줄여 현금을 확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집을 옮긴다면 서울 강남이나 용산,한강변 초고층 개발지역 등 랜드마크 지역이나 같은 지역 내 초역세권,전철역 개통 예정지 등에 인접한 아파트에 주목해야 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그러나 "실수요자라면 강남권에서 가격 상승이 작았던 지역이나 집값이 많이 떨어진 용인 등지로 관심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잠실과 성남 사이,가락동이나 문정동 쪽은 가격 상승세가 둔했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아파트는 값이 많이 올랐지만 주변 동부 금호 우성아파트는 시장조사를 해보면 괜찮은 가격대의 매물을 발견할 수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