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국정공휴일인 30일 ‘여왕의 날’(Queen's Day) 행사장에서 의문의 차량이 네덜란드 여왕 및 왕족들이 탄 버스로 돌진해 5명의 사상자를 냈다. 부상자는 약 13명으로, 이중 8명의 상태는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현장을 담은 동영상. 출처=YouTube.com·AP통신>

‘여왕의 날’ 행사가 한창이던 네덜란드 헬데를란트주 아펠도른.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과 왕족들은 천장이 없는 ‘오픈버스’를 타고 지나고 있었다. 이 때 검은색 소형차가 폴리스라인을 뚫고 맹렬한 속도로 돌진해 석조 조형물을 들이받았다. 여왕이 탄 차량을 노린 것. 버스에는 충돌하지 않았지만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여왕과 왕족들은 사고를 본 순간 벌떡 일어나 놀란 눈으로 부서진 차량을 응시했다. 네덜란드 공안당국은 “괴차량을 운전한 범인이 여왕과 왕족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고 발표했다.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범인은 '카스트 S'라는 이름의 38세의 네덜란드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아무런 무기나 폭발물을 지니고 있지 않았으며 단독 범행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범인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베아트릭스 여왕은 사건발생 후 국영방송에 출연해 희생자 가족들에게 유감의 뜻을 표했다. 여왕은 “아름다운 날에 발생한 재앙이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며 “이 같은 끔찍한 일 앞에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어떻게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범인의 차량은 경찰이 겹겹이 설치한 방어선을 뚫고 돌진했다. 왕족이 탄 버스에서 불과 13미터 떨어진 거리였다. 당국은 “여왕이 차량으로 행진하는 도로 주변을 대부분 봉쇄하고 700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이중 상당수는 사복 차림이었다”라고 말했다.

경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범인은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서 멀지 않은 조그만 마을에 거주하고 있으며 전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들은 “범인이 혼자 살았으며 최근 실직했다”고 증언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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