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지기'에서 서로를 부정해야 살 수 있는 사이로 변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들은 30일 밤 대질신문을 성사시키려는 검찰 노력의 어부지리로 약 1분간의 짧은 만남을 가졌다. 노 전 대통령이 두 차례 대질을 거절하자 수사 검사가 "8시간 가까이 기다렸는데 잠깐 얼굴이라도 한번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만남이 이뤄졌다. 만남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끝난 밤 11시20분께 이뤄졌다. 박 회장은 대질에 대비해 옆방에서 오후 2시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이 들어서자 "고생이 많지요. 자유로워지면 만납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질은 내가 안 한다고 했어요. 내가 박 회장에게 질문하기 너무 고통스러워서…"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 회장은 "대통령님 저도 괴롭습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라고 말했다. 둘은 뒷짐을 지고 꼿꼿이 선 채였다.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만남은 이렇게 1분 정도로 짧게 끝이 났다. 서로 목소리를 높이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었다. 거의 표정 없이 메마른 목소리로 인사치레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는 게 검찰의 전언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