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조사를 계기로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그동안의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할 태세다. 검찰 소환조사에서 상대의 '히든 카드'를 확인한 노 전 대통령 측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노 전 대통령 측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100만달러의 용처를 확인해서 밝히겠다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 건너간 돈인 100만달러는 검찰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유죄 증거다. 500만달러와는 달리 재임 중 넘어간 돈이어서 대가성을 입증하기 쉬운 데다 돈을 넘긴 장소가 청와대여서 노 전 대통령이 몰랐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문제의 100만달러에 대해 "집(권양숙 여사)에서 받아 썼기 때문에 잘 모른다"는 그동안의 방어적 입장에서 "가급적 빨리 정리해서 제시하겠다"는 공격적 자세로 돌아섰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집사람 설명을 들어보면 잘 기억을 못 하는 부분도 있고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들은 얘기를 그대로 믿기도 어렵고 실제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집사람이 제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설득해 정리가 되는 대로 제출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변호사도 1일 권 여사에 대한 검찰의 재소환 요구에 대해 "앞으로 권 여사가 조사를 받으러 갈 수 있는 상태가 되고 재소환 필요성에 대해 납득이 가면 그때는 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검찰이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무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참여정부 핵심 인사나 노사모들의 대대적인 반격도 예상된다. 직접적인 발언이나 시위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측의 무죄를 공개적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사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 내용을 알 길이 없어 상당히 방어에 제약을 받았다"며 "그러나 검찰 질문 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박 회장 진술을 짐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도 "검찰이 내놓은 것 중에 우리의 진실을 깰 만한 것이 없었다"며 "결국 검찰이 회심의 카드를 내놓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