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30일 본회의 종료 10분 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부결된 것은 여당의 반란표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원내대표 협상으로 마련한 금융지주회사법 수정안은 자정 직전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의원 202명 중 92명이 찬성,9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홍준표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즉각 "민주당이 수정안을 요구해 합의해줬는데 반대했다"고 화살을 민주당 쪽에 돌렸으나 실제로는 여당 내부의 자중지란이 주된 원인이었다.

1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법 수정안의 반대자 64명과 기권자 46명에는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35명씩 포함돼 있다. 법안의 표결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 141명의 절반인 70명이 당론에 반기를 든 셈이다. 특히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위원의 경우 표결에 참여한 10명 가운데 반대나 기권표를 던진 의원이 9명이나 됐다. 금융지주회사법 수정안을 제안 설명한 고승덕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이런 이상한 상황이 연출된 건 다름아닌 당 지도부와 정무위원들 간의 소통부재에 따른 감정싸움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한나라당 소속 김영선 정무위원장이 은행법 수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에 나선게 그것이다.

지난 3월 초 정무위에서 야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 김 위원장과 한나라당 정무위원들이 어렵게 단독처리시킨 법안이 여야 지도부의 막판 협상으로 수정된 데 따른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당 소속 정무위원들 대부분이 반기를 든 이유다.

김 위원장은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의 표결을 앞두고 두 차례나 반대토론에 나서 "여야 원내대표가 마지막 공적을 내기 위해 정치적으로 야합했다"며 감정적 호소를 통해 반대표를 주문했고,이에 한나라당 의원 다수가 동조해 금융지주사법 수정안을 부결시켰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본회의 종료 1시간 전에야 여야 합의내용이 포함된 수정안을 만들긴 했지만 시간에 쫓겨 김 위원장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되면서 분란을 자초했다"고 설명했다. 원내지도부가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도 부결을 막지 못한 원인이었다. 임태희 정책위 의장은 "지도부로서 유구무언"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