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신인’이다. 무대는 ‘꿈의 구장’ 메이저리그. 이곳에서 단 1승이라도 거두는 것이 그의 꿈이다. 3회말 1사 만루. 스코어는 2-4로 뒤지고 있다. 하얀 공의 두툼한 실밥을 매만진다. 타자의 배트에 맞은 공은 그의 앞으로 굴러온다. 병살타로 처리, 이제 시작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일본인 투수 다카하시 겐(40)이 3일 등판했다. 일본인으로서는 최고령 메이저리그 데뷔다. 그는 2와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팀은 10회말 5-6으로 패했다.

다카하시는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필리즈와의 원정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하며 일본인 메이저리거 중 ‘최고령 데뷔’(1969년 4월 16일 생)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39세 2개월에 데뷔해 지난해 은퇴한 투수 구와타 마스미(2006~08, 당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였다. 메이저리그를 통틀어서도 사상 3번째인 최고령 신인 데뷔다.

다카하시는 2007년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FA(자유계약)를 선언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1년 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도미했지만 부상으로 전력외 통보를 받았다. 천신만고 끝에 뉴욕 메츠로 소속을 옮겼다. 올해 트리플A에서 6경기에 등판해 11과 3분의 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77을 기록했다. 그리고 4월 28일, 메이저로 승격했다.

미국 진출 당시 기자회견에서 다카하시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왕 미국에 진출할 바에는 메이저리그에서 1승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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