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을 판매하는 미국의 애플은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MP3플레이어의 원천기술을 개발한 주인공은 한국의 중소기업 엠피맨닷컴이었다. 이 회사는 1998년 독일 하노버 IT기기 박람회인 세빗(Cebit)에서 MP3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MP3 원천특허는 현재 미국 시그마텔이 가지고 있다. 수십건의 특허소송에 휘말린 끝에 부도가 난 엠피맨닷컴을 2003년 인수한 레인콤이 특허권을 시그마텔에 팔았기 때문이다. 한가지 원천기술을 개발한 뒤 관련 특허를 수백개까지 출원하면서 경쟁사들의 특허 공격에 대비하는 선진국 기업들과 달리 달랑 원천특허 3개만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가 좌절한 대표적인 사례다.

우수한 기술을 갖고도 특허 전략이 취약한 국내 중소기업들을 위해 특허청이 특허 컨설턴트를 자처하고 나섰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특허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방어력과 공격력을 구비한 특허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기업 맞춤형 기술획득 전략 컨설팅을 우수 기업에 제공키로 했다.

특허청은 이 같은 내용의 '지식재산권 중심 기술획득전략'을 수립,본격적인 사업 시행에 나섰다고 3일 밝혔다.

고정식 청장(사진)은 "시장의 변화와 특허 동향을 정밀하게 분석해 미래 상품 시장을 주도하는 최강의 특허 포트폴리오(다양한 특허 구성)를 마련하는 것이 '지식재산권 중심의 기술획득전략'"이라며 "국가 소유의 R&D 성과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특허권 매입,제3의 기업과 기술 제휴 등 다양한 전략을 업계 현실에 맞게 수립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략적 기술획득 대상은 LED,CIGS(구리인듐갈륨비소) 태양전지,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터넷TV 등 모두 18개 과제다.

특히 첨단 부품소재 분야는 특허청 산하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및 특허정보원 소속 지식재산 전략전문가를 기업에 파견해 현장에서 실제 필요로 하는 특허를 확보하고 이를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기업에선 전체 컨설팅 비용의 20%만 내면 된다. 아울러 기술 표준화의 중요성이 큰 정보기술(IT) 분야는 표준화와 R&D를 연계한 표준특허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12년까지 세계일류 지식재산권 보유기업을 현재 329개에서 650개로 약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 특허청의 구상이다. 세계일류지식재산권 기업이란 특허,디자인 등 강한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이내인 '일류품목'을 1개 이상 확보한 기업을 말한다.

고 청장은 "선진국의 첨단 기술을 따라잡겠다는 '추격형' 특허전략으로는 글로벌 특허전쟁 시대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며 "이제는 기술개발 기획 단계에서부터 특허 싸움을 전제로 한 '전투형' 특허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1등이 될 확률은 낮고,특허 공격에도 노출되기 쉬운 원천기술개발에 시간과 돈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제품의 상용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기술을 선택적으로 개발해 성공확률을 더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적인 대기업도 꼼짝 못하고 로열티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특허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면 중소기업에서도 '갑 같은 을'이 많이 탄생할 것"이라며 "현장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한 밀착형 특허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