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차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 교외를 달리다 보면 무리를 지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알록달록한 헬멧에 까만 스포츠고글,형형색색의 옷과 마스크로 한껏 멋을 낸 그들은 영락없이 레저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휴게소에서 만난 그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중장년 이상의 연배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서울의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한강공원도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자동차가 생활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시대,어느 사이엔가 자전거는 여가를 활용하는 레저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자전거에 대한 단상은 친근함과 소박함 그 자체였다. 울고 웃는 사연이 가득 담긴 편지를 전해주던 우체부 아저씨의 자전거,연탄과 채소를 배달하던 동네 가게 아저씨의 자전거,논밭에 일하러 농기구를 싣고 가시던 할아버지의 자전거,뒷자리에 아이를 태우고 장에 가시던 아버지의 자전거….그런 애틋한 기억 속의 자전거는 이제 볼 수 없다. 하지만 고도로 산업화한 사회의 현대인들에게 자전거는 건강 증진은 물론 일정 부분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자동차 대신에 자전거를 타면 자동차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고유가 시대에 에너지도 절약하고,체력도 좋아진다. 그야말로 1석3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치 아래 자전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더해진다면 자전거가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자전거가 여가활동뿐만 아니라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생활의 동반자로,환경의 친구로,녹색산업의 한 섹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필자는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3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경험했던 일본의 자전거 문화는 지금의 우리와 비교할 때 너무나도 부러웠다. 직장인이나 가정주부 모두가 전철역이나 시장을 오갈 때는 자전거를 이용했는데,거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전철역이나 시장 근처에는 자전거를 도난당하지 않도록 보안장치가 갖춰진 보관소가 있었고,자전거들만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 등이 잘 발달해 있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일부 신도시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지만,일본과 같이 자전거 문화가 생활화하려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잘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전거가 환경과 건강이란 녹색 패러다임의 한 범주에서 우리 세대가 일궈 나갈 공존공영의 주인공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먼지 쌓인 자전거를 꺼내 한강변에서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힘껏 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