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예영숙 전무 "고객은 항상 떠날 준비…보험 아닌 감동을 팔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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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연속 보험왕 예영숙 삼성생명 전무
경제 위기로 온 세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예영숙 삼성생명 FC명예본부장(50)에게는 올해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해다.
지난달 열린 삼성생명 '2009년 연도대상'에서 10년 연속 삼성생명의 그랜드 챔피언이라는,보험업계에서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다. 말단 재무설계사(FC)에서 시작해 팀장을 거쳐 전무급의 본부장으로 승진하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모든 세일즈맨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년 전부터는 월드 챔피언의 칭호까지 얻었다. 7년 연속 그랜드 챔피언이 되던 그 해 삼성생명이 전 세계의 사례를 조사해 본 결과 세계 최고의 FC라는 것이 입증돼 얻은 명칭이다. 예 본부장을 대구 반월당 삼성생명 12층에서 만났다.
▼전설적인 업적을 이룬 소감은.
"보험은 내 인생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스스로 가치 있는 일에 매진했다는 생각에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보험을 환영받지 못하는 직업으로 생각해 인생을 걸고 노력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아무도 가 보지 않은 데 따른 두려움이 많아서 사람들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긴 터널을 지나온 것 같다. 두려움도 있고 위험도 있었지만 환희와 보람이 훨씬 컸다. "
▼보험을 시작한 계기는.
"1993년 6월 남편이 들었던 보험을 확인하기 위해 보험사에 들른 것이 계기가 됐다. 논술 교사로 근무하던 당시 보험을 잘 이해하기 어려워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러다가 주변에 지인들이 많아 직접 해 보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FC의 길을 선택했다. 당시 공기업에 근무하던 남편과 주변의 만류가 심해 마음고생도 많았다. 게다가 문학 소녀로서의 취미 생활이나 문학지 활동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
▼실패한 경험도 많았을 텐데.
"보험 아줌마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힘들었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그러나 전문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했다. 21세기에는 고객과 직접 상대하는 사람이 결국 최고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임했다. 여러 실패한 사례들이 많았지만 그런 자세로 실력을 쌓아 갔다. 이런 가운데 7~8년 전 4개월간 노력한 끝에 특정 VIP 고객에게 딱 맞는 맞춤형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게 됐다. 많은 공을 들였고 그만큼 기쁨도 컸다. 그런데 계약 후 얼마 있다가 이 고객의 처남이 보험을 하는데 같은 상품이지만 그 쪽으로 바꿔야겠다며 해약을 요구해 왔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
▼보험 영업을 하면서 반드시 지키는 신조가 있다면.
"보험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쪽에서는 고객들이 거절할 때 부드럽게 하지 않는다. 그만큼 거친 환경이고,자칫 잘못하면 실망하고 낙심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이 고객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분명 상품에 대한 고객의 이해가 아직 부족했거나 고객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한 때문인 것이다. 이 경우 무엇이 문제인가를 생각하고 빨리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자존심이 먼저 앞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
▼한번 만난 고객을 평생 고객으로 만드는 법은.
"고객은 항상 나를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나는 누구나 한번 만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친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부담을 주기보다는 정보만 제공해 준다. 사람을 만나면 뭔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도록 노력하기 때문에 좀 더 오래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랜드 챔피언을 3연패했을 때 본사 차원에서 밀착 취재해 그 친화력의 비결이 뭔지를 찾아 내려고 했지만 결국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도덕성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겸비해 일관성 있게 대해 주면 신뢰가 생기고 이것이 오랫동안 고객을 잡아 두는 비결이 아닌가 생각된다.
▼보험 계약이 1년 이상 유지되는 비율이 99%인데 어떻게 그렇게 높게 유지하나.
"보험은 은행 예금과는 다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고 해약해도 다 돌려 주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시키고 다방면에 걸쳐 상담해 주며 고객에게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줘야 한다. 지속적인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감동을 주어야 한다. 지금도 신규 계약자들의 대부분이 주변 사람들 소개로 오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쌓아 놓았던 신뢰감이 바탕이 됐고 이것이 결국 높은 유지율의 배경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은.
"3억원짜리 종신보험을 들었다가 해약하고 나서 한 달 만에 급성 간암 판정을 받았던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7~8번이나 해약하지 말라고 만류했는데 결국 강행했다. 막상 그렇게 되고 보니 달리 방법도 없어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
▼개인적으로 영업팀을 꾸리고 있는데.
"올해 전무가 되기 전에는 10명 정도의 팀원을 직접 관리하며 개인 영업을 했다. 입사 1년째부터 16년 동안 팀장을 했는데 FC의 사회적 위상을 올릴 수 있는 문화로 바꾸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출근 후에 업무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저녁 회식은 완전히 없앴으며 점심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품위 있게 하는 등 문화 자체를 완전히 바꿨다. 그런 문화를 접해 봐야 고급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행을 바꾸려 노력했고 팀원들도 매우 좋아했다.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
▼수입을 공개할 수 있는지.
"10년 동안 연평균 2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 하루에 5000만원 정도가 회사로 들어온다. 개인적으로는 수입이 연간 10억원은 넘는다. 이 중 30%가량은 세금으로 나가고 사회 봉사와 고객관리 비용 등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 따지고 보면 손에 쥐고 가는 돈은 그렇게 많지 않다. "
▼사회 봉사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가.
"복지관 같은 다양한 단체에 기부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장학회도 2개 운영하고 있다. 이들 단체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연간 1억원은 넘는 것 같다. 이 밖에 회사 안팎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금액도 만만치 않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봉사가 가장 중요한 인생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어렵지만 실제로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
▼10연패를 달성했는데 더 큰 꿈은 없는가.
"보험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는 내 고객들의 입장에서 자신이 낸 돈보다 돌아가는 것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일부 고객은 생명의 은인이라며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는 사례가 많다. 나를 통해 누군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간절한 꿈이다. 이 꿈을 위해 항상 구두 끈을 졸라매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고 잘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선입견을 뛰어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이런 도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
글 · 대구 =신경원/사진 · 양윤모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