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이하 신종 플루)가 여전히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기세가 한풀 꺾였다. '신종 플루는 통제 가능하다'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나왔다. 그러나 캐나다에선 인간에게서 돼지로 신종 플루가 전염된 것이 확인됐고 WHO가 신종 플루의 경고 수준을 최고 등급인 6단계로 올릴 가능성도 남아 있어 전염병의 공포가 끝났다고 단정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3일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추가 감염 사례들이 확인됐다. 스페인에선 25명의 감염 환자들이 추가로 확인돼 신종 플루에 감염된 사람은 현재까지 모두 40명이 됐다. 이탈리아에선 1건,독일에서도 2건의 추가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글로벌 경보 및 대응 담당 이사는 "신종 플루 감염 사태에 대한 유럽국들의 대처는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한 뒤 "현 단계에서 신종 플루 확산이 통제를 벗어났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며칠 안에 유럽에서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지가 판가름 날 것"이라며 "대유행(팬데믹)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긴 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WHO는 지금까지 신종 플루에 감염된 환자 수가 전 세계 18개국 786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염자 대부분은 멕시코(506명)와 미국(160명)이 차지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멕시코 정부가 신종 플루로 인한 사망자 숫자를 176명에서 101명으로 정정한 사실을 지적하며 신종 플루가 당초 우려했던 만큼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21개주 160명이 신종 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지만 위협은 줄고 있다. 뉴욕시에서 1000여명이 신종 플루 감염 유사 증세를 보였지만 모두 완치됐거나 건강이 나아지고 있다고 뉴욕시 보건당국은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일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신종 플루 추가 확산방지에 양국이 협력키로 했다.

한편 신종 플루의 발병지는 멕시코가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주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스콧 브라이언 대변인은 멕시코에서 신종 플루의 확산이 시작되기 이전인 지난 3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비슷한 증상을 보인 사례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신종 플루가 인간에게서 돼지로 감염되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신종 플루 확산 방지의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돼지 200여 마리가 신종 플루에 감염된 것.캐나다 보건 당국은 신종 플루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인 돼지들이 지난달 12일 멕시코를 여행하고 돌아와 신종 플루 증세를 보인 농장 직원을 통해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종 플루가 인체에서 가축으로 옮아간 첫 사례로 전문가들은 돼지에게 전염된 신종 플루가 추가적인 변이를 거칠지 주시하고 있다.

◆…신종 플루가 홍콩 등 아시아로 번지면서 중국 · 멕시코 간에는 감정 싸움이 불거졌다. 신종 플루의 진원지인 멕시코 국민이 홍콩에서 신종 플루 감염자로 확인된 뒤 중국이 멕시코에서 출발하는 모든 상하이행 항공편을 차단하고 멕시코인에 대한 격리 조치를 취하자 멕시코가 발끈하며 중국을 맹비난한 것.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멕시코 외무장관은 2일 "중국이 멕시코인들에게 차별적인 격리 조치를 취했다"며 자국 국민에게 "중국 여행을 자제하라"고 맞불을 놨다.

◆…신종 플루를 둘러싸고 각국 간 무역 분쟁 조짐도 불거지고 있다. 러시아 중국 등 10여개국에서 멕시코와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하자 게리 로크 미 상무장관은 "신종 플루는 돼지고기로 전염되지 않는다"며 중국과 러시아에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제한 조치 해제를 촉구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일 베이징의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신종 플루가 중국 경제 및 사회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 · 미 재계회의는 신종 플루 감염 우려로 하반기로 미뤄졌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