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처리지연…국회 법사위는 '法死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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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체계ㆍ용어심사 기능 대신 … 상임위 심사 끝낸 법안까지 '월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횡포'가 도마에 올랐다.
각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의 '체계와 자구(字句)'를 심사토록 한 본연의 임무를 넘어 법안의 내용까지 죽이고 살리려하면서 '법사위(法司委,법을 다루는 위원회)'가 아니라 '법사위(法死委,법을 죽이는 위원회)'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야당 소속 위원장이 맘만 먹으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도록 해 놓은 것도 문제다.
◆쟁점법안 몇 달씩 표류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은 지난 3월3일 소관 상임위(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일부 의원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10%로 올리는 것은 과하다"며 57일을 붙잡아뒀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연금법 역시 4대보험 통합징수를 건강보험공단이 맡느냐,국세청이 맡느냐를 두고 논란을 빚은 끝에 64일 만에 법사위를 통과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과 소득세법은 결국 법사위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했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심사를 마친 법률안에 대해 체계상 모순이 없는지,자구는 법률용어로 적합한지 등을 심의할 권한을 갖고 있다. 법안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분명 월권이다. 그런데도 지금껏 법사위가 소수야당이 쟁점법안을 저지하는 최후의 보루처럼 되면서 이 같은 원칙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법안 심사의 '노루목(넓은 길이 좁아지는 길목)'에 해당하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게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변칙적인 '필리버스터(소수당이 법안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행위)'의 무대로 활용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지금은 여당이 된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향해 "법사위를 변칙 운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17대 국회 땐 거꾸로 한나라당이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를 방해했다.
◆역할 조정 필요
이렇게 '공수(攻守)'만 뒤바뀐 채 똑같은 '법사위 비효율 논쟁'이 거듭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근본적으로 기능과 권한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앞으로 법안 문구 심사는 정부의 법제처처럼 국회에 별도 기구를 뒀으면 한다"며 "법사위가 더 이상 월권을 하지 말고 소속기관인 법무부 감사원만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국회의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엉터리 입법을 막기 위해 그나마 율사 출신 의원들에게 심사권을 주자고 해서 법사위에 체계 자구 심사권을 준 것"이라며 "이제 국회 상임위마다 전문위원들이 존재하는데 왜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선진국 치고 국회에 이렇게 다른 상임위 위에 군림하는 상임위를 두는 사례는 없다"며 "소수야당의 토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법사위에서 변칙적으로 하지 말고 정식으로 '필리버스터' 규정을 만들면 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원들 "반드시 필요하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마이동풍'이다. 우윤근 민주당 간사는 "일부 쟁점법안이 법사위에서 길게 논의되는 건 늘상 있어왔던 일"이라며 "폐해보다 긍정적 기능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장윤석 한나라당 간사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상의 문제"라며 "야당이 생떼와 당리당략에 이용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기현/민지혜 기자 khcha@hankyung.com
각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의 '체계와 자구(字句)'를 심사토록 한 본연의 임무를 넘어 법안의 내용까지 죽이고 살리려하면서 '법사위(法司委,법을 다루는 위원회)'가 아니라 '법사위(法死委,법을 죽이는 위원회)'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야당 소속 위원장이 맘만 먹으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도록 해 놓은 것도 문제다.
◆쟁점법안 몇 달씩 표류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은 지난 3월3일 소관 상임위(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일부 의원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10%로 올리는 것은 과하다"며 57일을 붙잡아뒀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연금법 역시 4대보험 통합징수를 건강보험공단이 맡느냐,국세청이 맡느냐를 두고 논란을 빚은 끝에 64일 만에 법사위를 통과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과 소득세법은 결국 법사위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했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심사를 마친 법률안에 대해 체계상 모순이 없는지,자구는 법률용어로 적합한지 등을 심의할 권한을 갖고 있다. 법안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분명 월권이다. 그런데도 지금껏 법사위가 소수야당이 쟁점법안을 저지하는 최후의 보루처럼 되면서 이 같은 원칙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법안 심사의 '노루목(넓은 길이 좁아지는 길목)'에 해당하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게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변칙적인 '필리버스터(소수당이 법안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행위)'의 무대로 활용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지금은 여당이 된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향해 "법사위를 변칙 운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17대 국회 땐 거꾸로 한나라당이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를 방해했다.
◆역할 조정 필요
이렇게 '공수(攻守)'만 뒤바뀐 채 똑같은 '법사위 비효율 논쟁'이 거듭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근본적으로 기능과 권한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앞으로 법안 문구 심사는 정부의 법제처처럼 국회에 별도 기구를 뒀으면 한다"며 "법사위가 더 이상 월권을 하지 말고 소속기관인 법무부 감사원만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국회의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엉터리 입법을 막기 위해 그나마 율사 출신 의원들에게 심사권을 주자고 해서 법사위에 체계 자구 심사권을 준 것"이라며 "이제 국회 상임위마다 전문위원들이 존재하는데 왜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선진국 치고 국회에 이렇게 다른 상임위 위에 군림하는 상임위를 두는 사례는 없다"며 "소수야당의 토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법사위에서 변칙적으로 하지 말고 정식으로 '필리버스터' 규정을 만들면 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원들 "반드시 필요하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마이동풍'이다. 우윤근 민주당 간사는 "일부 쟁점법안이 법사위에서 길게 논의되는 건 늘상 있어왔던 일"이라며 "폐해보다 긍정적 기능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장윤석 한나라당 간사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상의 문제"라며 "야당이 생떼와 당리당략에 이용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기현/민지혜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