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증시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라는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 가고 있다.

지난달 장외기업들의 신규 기업공개(IPO) 공모 규모는 작년 7월 이후 최대수준으로 급증했다. 채권 발행시장도 활기를 띠어 상장사들의 회사채 발행액은 전년 동기보다 122% 늘었다.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대기업들이 발행하는 주식 관련 사채에는 수조원의 개인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경기지표들의 회복신호가 잇따르면서 시장이 살아나자 고수익을 겨냥한 일반투자자들이 유동성 확충이 필요한 기업들의 채권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증시에 새로 상장한 기업은 10개사로 이들의 IPO 공모금액은 882억원에 달했다. 상장기업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 10월(17개사) 이후 1년반 만이다. 또 공모금액은 작년 7월(2413억원) 이후 최대치다.

이들의 공모주에 대한 청약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7일 마감한 금형 전문기업인 에이테크솔루션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1496 대 1에 달했다. 2004년 1월의 스포츠서울21(1568 대 1)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중장비 부품기업인 흥국(1393 대 1)과 스테인리스 환봉업체 티플랙스(1246 대 1)도 1000 대 1을 가볍게 웃돌았다.

주요 기업들의 증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유상증자 규모는 54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7% 늘었다. 이에 따라 올 4월까지 기업들의 증자 자금은 3조4720억원으로 증시가 활황이었던 전년 동기(6조980억원)보다는 적지만 2007년 같은 기간(2조4530억원)에 비해선 1조원 이상 늘었다.

회사채 발행도 활발하다. 지난달 일반회사채는 6조4110억원어치가 발행돼 작년 4월보다 204%나 급증했다. 대우조선해양(5000억원) 현대중공업(3000억원) 삼성전기(3000억원) 등이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무난하게 조달했다.

특히 신용등급이 'BB급' 이하인 투기등급 회사채도 속속 발행에 성공,해당 기업들의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CB BW 등 주식 관련 사채는 높은 수익률로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3월 기아차와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4000억원,1000억원 규모의 BW를 성공적으로 발행했고 지난달엔 대우차판매도 6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기아차 BW 청약에는 8조원의 자금이 몰렸고 대우차판매 청약에도 5조원가량이 들어와 경쟁률이 78.9 대 1에 달했다.

이달에도 10여건의 IPO가 대기하고 있고 대기업의 유상증자와 BW 등의 발행이 예정돼 있어 증시를 통한 기업들의 직접금융 조달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서정환/조진형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