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나비가 날개를 세우고 앉아 있나? 이족 여인의 화관 위로 쫑긋한 채접(彩蝶)장식이 예쁘다. 두 개의 온전한 삼각 채접장식은 그 주인이 아직 시집 가기 전이라는 증거.화관의 알록달록한 색감 덕에 한층 화사해보이는 처녀의 미소도 예쁘다. 조선족 가이드 김장성씨가 웃으며 던진 충고 한마디."화관에 손을 대면 안됩니다. 채접장식을 빼면 결혼하자는 뜻인데 여자가 거절할 경우 3년간 그 집에서 머슴살이를 해야 되니까요. " 독특한 풍습의 소수민족이 많은 중국이지만 남자입장에서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풍습이다. 그러나 그 독특한 풍습도 이 기이한 돌기둥 무리 풍경보다 더 괴이할 수는 없는 일.쿤밍의 바로 이 울울창창한 돌기둥 숲,석림(石林) 말이다.



Take1 돌기둥 숲과 동굴

석림은 쿤밍 동남쪽으로 80㎞쯤 떨어진 곳에 있는 석회암(카르스트)지형의 명승이다. 석림의 석회암 지형은 세상에서 가장 넓어 이족자치현 내 350㎢에 걸쳐 펼쳐져 있다. 볼거리가 가득한 대석림,소석림,외석림 등 11.3㎢가 개발돼 있다. 중국 내 최초의 AAAAA급 풍경구이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도 올라 있는 곳이다.

석림이 있는 곳은 무척 높다. 우리나라 한라산 꼭대기와 맞먹는 고지대다. 이 높은 곳이 아주 옛날에는 바다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김씨의 설명대로라면 2억7000만년 전의 석림 일대는 깊은 바다 밑바닥이었다. 지각운동이 시작되면서 솟아올랐고, 또다시 가라앉았다 융기하기를 반복하면서 7000만년 전에야 지금의 모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석림의 돌기둥에서 석림 일대가 바다 밑바닥이었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돌기둥 목부분에 한결같이 뚜렷하게 굵은 선처럼 파인 자국이 남아있다. 돌기둥 목부분 위와 아래가 서로 떨어진 듯 깊게 파인 선 자국 아래가 바다 밑 흙속에 파묻혔던 부분이라는 것이다.

석림 관광의 중심은 대석림과 소석림이다. 거미줄처럼 얽혀 돌기둥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다. 소석림의 돌기둥은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게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혀준다. 일본의 정원처럼 잘 다듬어진 바위 정원을 보는 듯하다. '아시마바위'가 하이라이트다. 돌기둥으로 둘러싸인 파릇한 잔디밭 길을 꺾어 돌아가면 제법 넓고 얕은 연못이 있는 광장 비슷한 곳이 나온다. 그 연못 맞은편에 서 있는 바위가 아시마바위다. 머리에 쓴 화관이 영락없는 이족 처녀 모습인데 뒤에서 포옹하고 있는 연인과의 사랑에 문제가 있는지 그 분위기가 유쾌하지는 않다.

대석림은 소석림과 달리 사내다움이 물씬 풍긴다. 대석림의 들머리는 석병풍.키가 들쭉날쭉한 돌기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그 중앙의 돌기둥 가슴팎에 빨간색의 '林石'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석림 글자 아래에 쓰인대로 '하늘이 만들어낸 기이한 풍경'(天造奇觀)속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돌기둥 사잇길을 지나자마자 두 개의 커다란 돌기둥 머리에 걸쳐진 바위 파편이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양심불량인 사람이 지나가면 떨어진다고 해서 양심바위라고도 한다.

양심바위를 지나면서 탐방로를 따르는 데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탐방로가 여러 갈래여서 자칫 일행과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석림에서 가장 높은 바위기둥에 있는 정자인 망봉정을 중간 목적지로 삼으면 걱정할 게 없다.

몸이 낄 것 같은 바위구멍을 통과하고, 양옆 돌기둥의 풍채가 위협적인 계단길을 지나 오르는 망봉정에서의 전망이 기막히다. 침엽수림처럼 빽빽하게 모여 하늘을 찌르는 돌기둥 숲이 장관을 이룬다. 망봉정에서 내려오는 바위틈의 돌이 유리처럼 반질반질 빛난다. '석림의 심장'으로 불리는 돌이라는데 남자는 왼손,여자는 오른손으로 만지면 무병장수,만사형통한단다.

석림이 지상의 볼거리라면 구향동굴(九鄕洞窟)은 지하선경이다. 석림에서 쿤밍 쪽으로 34㎞ 떨어져 있다. 발견된 지 3년 뒤인 1992년 일반에 공개된 종유동이다. 동굴탐사로는 3.2㎞,계단만 1300개를 헤아린다. 입구로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0m 계곡 아래로 내려간다. 10인승 배를 타고 10분 정도의 협곡유람을 즐긴 다음 본격적인 동굴탐험에 나선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굴은 한여름 동굴음악회도 열었던 2만명 수용 규모의 동굴광장을 지나 자웅폭포로 이어진다. 김희선과 청룽이 주연한 영화 '신화'의 배경으로도 등장한 동굴속 폭포인데 물줄기의 기세가 대단하다. 신의 밭(神田)이 경이롭다. 다랑논 형태로 된 석회암 지형으로 터키 파묵칼레 풍경에 비견된다.

Take 2 시산 루멍석굴과 민족촌

김씨가 룽먼석굴(龍門石窟)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둔황의 막고굴,윈강석굴과 함께 중국 3대 석굴로 꼽히는 석굴군인 낙양의 룽먼석굴을 얘기하는 줄 착각했다. 쿤밍에도 룽먼석굴이 있기는 하다. 시산(西山)의 룽먼석굴이다.

시산은 산세가 미인이 잠자고 있는 듯하다 해서 '잠자는 미인산'이라고도 한다. 얼핏 보면 여자가 누워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한 남자가 시산 절벽에 룽먼석굴을 뚫어 자손만대에 복을 빌겠다고 했고 여자는 그런 남자와의 혼인을 약속했다. 그러나 마지막 신의 왼손에 들려있어야 할 연필 끝이 계속 부러져 완성시키지 못한 채 산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래서 여자는 시산에 누워 슬퍼하다 그대로 봉우리가 됐다는 것이다.

해발 2500m의 시산은 중턱의 주차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25분 정도,해발 2280m까지 올라간 뒤 걸어내려 온다. 그 코스 중간에 룽먼석굴이 있다. 전체가 수직절벽인 지점인데, 천대에서 달천각까지 절벽 안쪽으로 굴을 파 길을 낸 것이다. 3대 70여년에 걸쳐 이어진 대역사였다고 한다. 도교와 불교사원이 곳곳에 이어져 있어 눈길을 끈다. 산 아래 중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전지호수 풍경이 시원하다.

윈난민족촌도 찾아보자.중국 내 56개 소수민족 중 26개 민족이 윈난성에 흩어져 사는데 이 민족촌에 13개 소수민족마을을 꾸며놓았다. 우리나라의 용인민속촌 격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 크기가 정말 크다. 특이한 민족도 많다.

모소인족이 56개 소수민족 중 제일 특이한 민족으로 꼽힌다. 모계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민족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다. 길거리에서 눈이 맞은 남자가 집으로 찾아와 하룻밤을 보내면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운다. 남자에게는 아이와 여자를 부양할 의무가 없다. 아이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평생 모른다고 한다. 집안의 어른은 할머니이며 힘을 쓰는 남자 역할은 아이의 외삼촌이 맡는다고 한다. 아이를 낳을 때나 죽어 장사를 치를 때 들어간다는 '생사방'도 눈에 띈다.

쿤밍(중국)=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쿤밍은 중국 윈난성의 성도다. 해발 1892m의 고원도시다. 성 인구의 13%인 560만명이 살고 있다. 사계절이 봄과 같다고 해서 춘성(春城)이라고 한다. 차마고도의 관문이며 보이차(푸얼차)로 잘 알려져 있다. 시내 거리에 보이찻집이 많이 보인다. 꽃으로도 유명하다.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은 꽃이 재배되고 있다. 꽃 종류만 6000여종을 헤아린다. 원예사업을 하는 한국인도 많다. 잎담배의 질도 알아준다. 버섯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버섯샤부샤부가 별미다. '이조원' 등 한식당이 있다. 시내중심 5성급 뱅크호텔을 알아준다. 대부분의 호텔이 1999년 세계원예박람회 이후 지어졌다.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통화단위는 위안.요즘 환율은 현금 매입 기준 1위안에 212원 선.대한항공 등이 쿤밍 직항편을 운항한다. 베트남항공(02-757-8920)을 타고 하노이로 향해 하롱베이를 구경하고 쿤밍을 둘러보는 여행일정을 짜는 것도 괜찮다. 베트남항공은 인천에서 매일 두 차례(오전 10시35분,오후 7시30분),부산에서는 매주 목·토요일(오후 5시,8시25분) 인천~하노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4시간30분 걸린다. 당일 연결되는 하노이~쿤밍 노선은 월·수·금·토요일 하루 두 차례 다닌다. 1시간반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