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보호를 신청한 크라이슬러의 지분을 인수할 예정인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가 제너럴모터스(GM)유럽의 부분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피아트는 3일 GM유럽의 자동차업체 오펠을 부분 인수하고 크라이슬러를 통합해 자동차사업부를 분리한 새로운 사업체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피아트그룹과 크라이슬러, GM유럽 사업부문을 통합한 새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피아트그룹은 현재 피아트와 알파 로메오, 페라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GM유럽 법인에는 스웨덴의 사브와 영국의 복스홀이 포함돼 있다. 계획대로 새 법인이 설립된다면 연간 매출 규모는 800억 유로(약 10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생산량은 연 600만~700만대 규모로 늘어나 도요타에 이어 세계 2위가 된다.

피아트의 이 같은 계획은 GM의 유럽 사업부문인 오펠 매각 협상을 하루 앞두고 마르치오네 CEO와 독일 경제 및 외교관계 장관들 사이에 오고간 대화내용이 전해지며 알려졌다. 공식적인 인수계획 발표는 4일(현지시간) 오후 베를린에서 있을 예정이다.

루카 코데로 디 몬테제몰로 피아트 회장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오펠은 이상적인 동반자다. 피아트가 이를 인수하는 것은 둘도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GM은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비핵심·저수익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GM유럽이 소유한 오펠이 경영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약 33억 유로(약 43억 달러)에 달한다. 독일 정부는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펠을 인수하는 투자자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오펠 인수를 노리는 것은 피아트만이 아니다. 지난 주 캐나다의 자동차부품업체인 매그나 인터내셔널은 칼-테오도르 추 구텐베르크 독일 경제장관과 오펠의 인수계획을 논의했다. 구텐베르크 장관은 “독일 정부는 오펠의 매각에 대한 입장을 미국 정부가 개입할 때까지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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