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금융위기로 미국 뉴욕 맨하탄 업무용 빌딩중 상당수가 임대되지 못해 텅비고 있다.그에 따라 야심차게 추진되던 옛 세계무역센터(WTC) 부지(그라운드제로)에 새로 WTC를 짓는 계획도 표류하고 있다.

16에이커(6만4750㎡)에 달하는 WTC부지 소유주인 뉴욕·뉴저지 항만청이 5개 동의 업무용 빌딩과 추모관, 지하철 환승센터를 짓기로 되어있는 WTC재건 계획을 대폭 축소해 업무용빌딩 중 4개 동 건설을 2037년까지 미루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그동안 지지부진하던 WTC건설이 아예 계획마저 대폭 바뀌며 표류하게 된 것이다.

월가가 있는 맨하탄 남부 금융지구에서도 노른자위 땅인 이 지역에 업무용빌딩 건설을 포기한 이유는 바로 금융위기.금융사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맨하탄 남부를 빠져나가고 있다.메릴린치는 WTC부지 바로 옆의 세계금융센터(WFC)에서 철수해 맨하탄 미드타운으로 사무실을 옮겼으며,골드만삭스는 바로 옆에 있는 배터리파크시티로 올해말 이사할 예정이다.신탁예탁공사(depository trust)는 아예 뉴저지주로 옮겨가기로 결정했다.덕분에 이 지역의 사무실 공실률은 현재 11.7%에 달하며,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공실률이 16%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무용 빌딩 3개동의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래리 실버스타인은 금융위기 이후 70억달러에 달하는 개발자금을 구하지 못해 뉴욕·뉴저지 항만청에 재정지원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뉴욕·뉴저지 항만청이 부동산자문사 쿠쉬맨앤드웨이크필드에 수요예측을 의뢰한 결과 2037년까지 임대되지 못한 채 비어있는 사무실이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대신 뉴욕·뉴저지 항만청은 NYT에 따르면 3개동중 한 곳에 항만청이 직접 입주해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고,실버스타인은 그 임대료로 2037년까지 건물을 짓는 안을 제의했다.

덕분에 2011년까지 건설예정이었던 추모관과 지하철 환승센터도 언제 착공될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당초 공조시스템이나 출입구를 실버스타인이 짓는 건물에 의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뉴욕·뉴저지 항만청은 공조시스템과 출입구가 들어가는 3층까지만 미리 짓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