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60세가 된 모 선배가 후배들 얼굴도 볼 겸 서울 시내 어느 중국집에서 조촐한 환갑맞이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선배는 환갑맞이란 말을 꽤나 꺼렸다. 해서 그냥 생일 축하 모임이라 생각하자고 했다.

1960,70년대만 해도 환갑 잔치를 여는 일이 많았다. 헌데 그 후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는 환갑 잔치가 그 자취마저 없어져 버린 듯하다. 70,80세가 되면 가족 · 친지가 모여 고희 기념이나 팔순 잔치를 소박하게 여는 경우가 아직은 남아 있지만,70세 고희 잔치도 점차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노인 스스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차라리 70세의'젊은 노부부'는 번거로운 잔치 대신 가볍게 여행으로 갈음하려는 게 요즘의 새 풍습이다.

고희란 말은 중국의 옛 시인 두보(杜甫)의 시 한 구절에 나오는'인생 70 고래희(古來稀)'에서 유래된 것이다. 두보가 살았던 8세기 무렵엔 전쟁이 한창인 때라 평균 수명은 그렇다 치더라도,50세를 넘겨 살던 '노인'이 드물었을 것이다. 그러니 70세까지 산 사람은 극히 드물어 희(稀)자를 써 넣었으리라.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남성의 평균 수명은 78세,여성은 80세로 고희를 훌쩍 넘기고 있다. 그러니 고희란 말이 본래의 뜻으로나,실제로도 안 맞는다. 정서적으로도 다가오지 않으니 노인 스스로도 쑥스럽게 느껴진다. 노인 천국에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60세의 환갑이나 70세의 고희 개념이 희박해진 지 오래다. 일본은 사립대학의 경우 교수 정년이 70세다. 우리나라도 연봉을 줄여서라도 정년을 늘려 노인 인구의 사회 활동을 늘리면 생산성이 높아지고,사회적 부담도 적어지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세계보건기구는 물론 세계 각국이 노인의 기준 나이를 65세 이후로 삼고 있다. 그래서인지 65세가 되면 일부 노인들은 심리적으로 사회에서 강제 퇴역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허나 이런 생각들은 나만의 기우일지 모른다. 은퇴 후 70이 넘어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 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딸린 여러 일들을 떠나 해방된 기분을 느낀다'든지,'자연을 벗삼아 등산을 즐기다 보니 더 건강해지고''손자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니 행복을 느끼게 된 경우' 등 은퇴 후의 삶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소위 '신세대 노인들'의 얘기다. 이들 노인은 분명 젊은이 못지않게 생산성 있는 인생을 보낸다. 생산성이란 게 꼭 물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서적으로 온전한 삶,보다 큰 성숙을 향한 노력,삶의 의미나 재미를 가족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도 생산성의 개념에 포함된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분석가인 에릭슨도 그런 얘기를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