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복잡한 독일 뮌헨 이사토르(Isartor)역 앞 사거리에 보행신호등 벨이 울리자 기다리고 있던 자전거 행렬과 사람들은 유유히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뮌헨시의 중심지인 마리엔 광장(Marienplatz) 방향으로 가는 이들 무리는 바닥에 표시된 자전거도로와 인도에 괘념치 않고 자연스럽게 뒤섞여 사거리를 좌우,대각선으로 건넜다. 주행신호가 켜지자 자동차와 횡단보도를 건넌 자전거는 널찍한 차도 위에서 평행선을 그리며 달렸다.

독일 뮌헨 시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며 불안해한 건 기자 한 사람뿐이었다. 차량이나 자전거 운전자 모두 아무런 걱정없이 도로 위를 누비고 있었고 이를 모든 보행자가 당연시 여겼다. 눈에 보이는 자전거 신호등 벨과 바닥의 주행선도 분명 있었지만 이미 오래된 듯 색바랜 선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린정책'을 차세대 전략으로 내건 이명박 정부가 "5년 안에 자전거 3위 생산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정책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자전거 축전'에서 "2020년엔 전국에 3000㎞의 자전거도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는 올해 추가경정 예산 중 100억원을 확보했고 행정안전부는 공영 자전거를 2012년까지 88개 지자체에 총 8만8000대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전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는 반길 일이다. 지경부 예산이 예정대로 자전거용 신소재 및 부품 생산 전문단지와 연구 · 개발(R&D) 비용에 투자된다면 내수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건 유럽과 한국의 너무나 다른 현실 때문이다. 이미 차로 자체가 포화상태인 한국의 도로에 선만 긋고 자전거 길이라고 칭한다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한국의 지하철에 해당하는 반(Bahn)에 자전거를 싣고 집에서부터 목적지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는 게 부지기수인 독일에 비해 안전하게 타려면 한강변이나 공원에 가야만 하는 우리나라는 자전거 타기에는 너무 열악한 환경이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실효성 있는 작은 준비부터 시작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