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지수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같은 상황에서조차 어떤 때는 행복하고 어떤 때는 불행하다고 느낀다. 어렸을 때 행복했던 순간들도 어른이 되면서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살면서 느끼는 행복의 순간이 드물고 점점 멀게 느껴진다.

'행복을 찾아서'란 영화에서 실직자 아버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아들과 함께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 준다.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난 후 공공 장소의 화장실에서 잠을 자면서도 슬퍼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 화장실을 호텔쯤으로 상상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 부자(父子)의 모습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만 늘어 놓는 내 생각의 전환점이 됐다. 삶의 어려운 순간,일이 생각대로 안 풀릴 때의 좌절과 불만족,남을 탓하는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내가 남보다 더 잘하고 더 낫다는 착각에서 사회의 불평등과'끼리끼리 문화'만 탓하고,나 스스로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남과 비교하며 시기하는 내 모습을 미처 보지 못했었다.

지난달 25일 박이소 작가의 5주기 워크숍에 참석했다. 박이소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졸업 후'마이너 인저리'란 대안 공간을 브루클린에 열어 제3세계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했다. 또 한국의 미술 잡지에 현대미술 담론과 작가를 소개했다. 1995년 귀국 후에는 SADI,한국예술종합학교,계원예술학교 강단에서 젊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설치미술 작품'우리는 행복합니다'는 박이소의 유작이다. 텔레비전에서 본 북한의 거대한 빌보드에서 착안한 이 작품은 그의 사후인 2004년 부산 비엔날레에 전시됐다. 그리고 다음 달 미국을 순회할'나의 밝은 미래-한국현대미술전'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의 작품에 담긴'우리는 행복합니다'란 문장을 읽으면서 나 자신에게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최근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지?''난 행복하게 살고 있나?''행복은 무엇인가?' 같은 문장이라도 문맥이나 다른 문장과의 관계에 따라,그 문장이 존재하는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읽힌다.

박이소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에게 강조했던 점은 작품을 만들면서,혹은 작업이 끝났을 때 행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행복은 자신에 의해 결정된다. 남과 비교하면서는 찾기 어렵다. 자신의 일에 만족하면 행복하고,지금 이 순간보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볼 수 있으면 행복하다. 박이소의'우리는 행복합니다'를 다시 생각하면서 그의 작품이 내게 스승으로 다가온다. 스승은 지식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생각하는 법을,태도를 가르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