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신약 강국으로 가는 길] "싱가포르는 정부가 직접 바이오회사 만들어 신약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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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선진국에서 배운다
전문가 좌담회 참석자(사회=최승옥 과학벤처중기 부장)
맹호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기술과장/서정선 바이오협회 회장/이일섭 GSK 부사장
최용경 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한정환 성균관대학교 약대 교수
전문가 좌담회 참석자(사회=최승옥 과학벤처중기 부장)
맹호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기술과장/서정선 바이오협회 회장/이일섭 GSK 부사장
최용경 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한정환 성균관대학교 약대 교수
고령화 시대를 맞아 'HT(Health Technology)'가 21세기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화학합성 의약품보다 안전성과 효과가 뛰어난 바이오신약 개발에 국내외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빨리,더 적은 비용으로 항체 치료제나 백신,호르몬제와 같은 바이오신약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면 치료 효과를 대폭 높이는 것은 물론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 같은 글로벌 경쟁에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바이오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보았다.
▼사회=우리의 바이오신약 개발 기술과 산업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최용경 본부장=아직 산업화 기술은 미미하다. 외국의 60~70%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항체나 호르몬,단백질 치료제,세포 치료제 등의 경우 대기업 계열 바이오회사와 일부 제약업체들이 국내에서만 임상시험을 하는 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기업이 선진국에서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일섭 부사장=기초연구 투자를 나름대로 진행하면서 해외 유명 저널에 발표하는 논문이 지난 10년간 3~4배 늘어날 정도로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연구 성과를 상품 개발로 연결시키는 발굴 능력과 노하우,기반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5~10년가량 뒤떨어졌다는 점이다.
▼사회=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취약점은 무엇인가.
▼한정환 교수=기초연구 성과가 바이오신약 개발에 어느 정도 활용될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할 인력이 거의 없다. 정부도 논문 편수가 늘어난 것으로만 연구 성과를 평가할뿐,이게 금인지 옥인지를 모른다. 드럭 헌터(Drug Hunter:신약후보물질 발굴책임자)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얘기다.
▼서정선 회장=서울대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을 공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이오신약 개발에 꼭 필요한 인재들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졸업 후 병 · 의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래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들이 바이오신약 개발 관련 전문 임상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임상과 연구분야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맹호영 과장=메디컬스쿨이 직업의사의 양성소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복지부도 이 문제를 감지하고 있다. 약대 6년제가 금년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신약 개발 인력수요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바이오신약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해외 사례는.
▼한 교수=싱가포르가 좋은 예다. 신약 개발을 위해 전세계에서 경험자를 적극 스카우트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정부가 지분 95%를 투자한 에스바이오라는 일종의 국영 바이오의약품 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네덜란드도 신약 개발을 위해 민 · 관 · 학이 3분의 1씩 공동 투자한 제약회사를 최근 세웠다고 들었다.
▼최 본부장=일본은 후생성이 2006년 NIDI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사카 대학을 중심으로 기초연구자들과 수요자인 기업체들을 연결해주고 있다. 동물을 대상으로 질병 연구를 하는 유용한 네트워킹 프로젝트다. 이렇게 되면 기초연구 성과가 바이오 의약품 등의 혁신신약 개발로 빨리 이어질 수 있다.
▼사회=암젠이나 화이자 GSK 등 거대 제약사들과는 규모면에서 경쟁이 힘들어 보인다. 바이오신약 강국으로 가려면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나.
▼최 본부장=전체적으로 신약 개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구축과 '글로벌급' 전문가 영입이 필요하다. 부처마다 제각각 기초연구에서부터 인프라,개별 개발프로젝트까지 지원하다보니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 국내 예산 전부를 한 가지 신약 개발에 쏟아부어도 성공할까 말까다.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한 교수=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선진 제약사들은 호주 영국 독일 등 해외 우수인력들을 죄다 끌어다 쓴다. 싱가포르의 에스바이오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미국 제넨텍 등에서 근무했던 외국인들이다. 우리끼리 다해먹겠다는 보수적인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한다. 찔끔찔끔 몇억원씩 연구개발 지원금이라고 쏟아버리지 말고 사람을 모으는 데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서 회장=2015년이면 사람의 유전정보가 다 나온다. 이렇게 되면 현행 의료체계가 맞춤형 치료,유전자 치료 등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정부가 부처 간의 이기주의를 넘어서야만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관련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가족부,지식경제부를 총리실 등 상위 레벨에서 통합 조정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여기에 실패할 경우 전자통신 산업 이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 바이오신약의 비전은 신기루로 끝날 것이다.
▼이 부사장=정부가 장기투자와 고위험이 따르는 신약의 가치와 혁신 노력을 인정해야만 기업이 연구 개발에 나설수 있다. 지금처럼 오리지널 신약을 베낀 복제약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약가 정책이 지속된다면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깊은 바다(신약 개발)로 나가려 하겠는가.
▼맹 과장=컨트롤 타워는 정부도 관심갖고 논의하고 있는 과제다. 바이오 5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도 기초과학 기술부터 지원을 늘릴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기초기술 확보와 인력 육성에 나서다 보면 충분히 성과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정리=이관우/사진= 양윤모 기자 leebro2@hankyung.com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 같은 글로벌 경쟁에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바이오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보았다.
▼사회=우리의 바이오신약 개발 기술과 산업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최용경 본부장=아직 산업화 기술은 미미하다. 외국의 60~70%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항체나 호르몬,단백질 치료제,세포 치료제 등의 경우 대기업 계열 바이오회사와 일부 제약업체들이 국내에서만 임상시험을 하는 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기업이 선진국에서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일섭 부사장=기초연구 투자를 나름대로 진행하면서 해외 유명 저널에 발표하는 논문이 지난 10년간 3~4배 늘어날 정도로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연구 성과를 상품 개발로 연결시키는 발굴 능력과 노하우,기반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5~10년가량 뒤떨어졌다는 점이다.
▼사회=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취약점은 무엇인가.
▼한정환 교수=기초연구 성과가 바이오신약 개발에 어느 정도 활용될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할 인력이 거의 없다. 정부도 논문 편수가 늘어난 것으로만 연구 성과를 평가할뿐,이게 금인지 옥인지를 모른다. 드럭 헌터(Drug Hunter:신약후보물질 발굴책임자)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얘기다.
▼서정선 회장=서울대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을 공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이오신약 개발에 꼭 필요한 인재들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졸업 후 병 · 의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래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들이 바이오신약 개발 관련 전문 임상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임상과 연구분야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맹호영 과장=메디컬스쿨이 직업의사의 양성소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복지부도 이 문제를 감지하고 있다. 약대 6년제가 금년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신약 개발 인력수요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바이오신약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해외 사례는.
▼한 교수=싱가포르가 좋은 예다. 신약 개발을 위해 전세계에서 경험자를 적극 스카우트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정부가 지분 95%를 투자한 에스바이오라는 일종의 국영 바이오의약품 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네덜란드도 신약 개발을 위해 민 · 관 · 학이 3분의 1씩 공동 투자한 제약회사를 최근 세웠다고 들었다.
▼최 본부장=일본은 후생성이 2006년 NIDI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사카 대학을 중심으로 기초연구자들과 수요자인 기업체들을 연결해주고 있다. 동물을 대상으로 질병 연구를 하는 유용한 네트워킹 프로젝트다. 이렇게 되면 기초연구 성과가 바이오 의약품 등의 혁신신약 개발로 빨리 이어질 수 있다.
▼사회=암젠이나 화이자 GSK 등 거대 제약사들과는 규모면에서 경쟁이 힘들어 보인다. 바이오신약 강국으로 가려면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나.
▼최 본부장=전체적으로 신약 개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구축과 '글로벌급' 전문가 영입이 필요하다. 부처마다 제각각 기초연구에서부터 인프라,개별 개발프로젝트까지 지원하다보니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 국내 예산 전부를 한 가지 신약 개발에 쏟아부어도 성공할까 말까다.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한 교수=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선진 제약사들은 호주 영국 독일 등 해외 우수인력들을 죄다 끌어다 쓴다. 싱가포르의 에스바이오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미국 제넨텍 등에서 근무했던 외국인들이다. 우리끼리 다해먹겠다는 보수적인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한다. 찔끔찔끔 몇억원씩 연구개발 지원금이라고 쏟아버리지 말고 사람을 모으는 데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서 회장=2015년이면 사람의 유전정보가 다 나온다. 이렇게 되면 현행 의료체계가 맞춤형 치료,유전자 치료 등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정부가 부처 간의 이기주의를 넘어서야만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관련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가족부,지식경제부를 총리실 등 상위 레벨에서 통합 조정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여기에 실패할 경우 전자통신 산업 이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 바이오신약의 비전은 신기루로 끝날 것이다.
▼이 부사장=정부가 장기투자와 고위험이 따르는 신약의 가치와 혁신 노력을 인정해야만 기업이 연구 개발에 나설수 있다. 지금처럼 오리지널 신약을 베낀 복제약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약가 정책이 지속된다면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깊은 바다(신약 개발)로 나가려 하겠는가.
▼맹 과장=컨트롤 타워는 정부도 관심갖고 논의하고 있는 과제다. 바이오 5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도 기초과학 기술부터 지원을 늘릴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기초기술 확보와 인력 육성에 나서다 보면 충분히 성과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정리=이관우/사진= 양윤모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