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순환매가 55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폭탄을 막아 코스피지수 1400 탈환의 불씨를 살렸다. 상승 장세를 이끌어가는 주도주는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주에서 조선 기계 화학 등 중국 수혜주와 은행 증권 등 금융주를 거쳐 건설주와 철강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주도주 갈아타기'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지속에 개인의 매수세가 따라붙고 있고 시장을 이끄는 주도 업종이 선순환하고 있어 앞으로 1400선 돌파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에 건설 · 철강주 강세

6일 코스피지수는 4.47포인트(0.32%) 하락한 1393.45로 마감했다. 오전장에 1408까지 올랐던 지수는 5500억원 이상 쏟아진 프로그램 매물에 하락 반전했지만 외국인과 개인이 순매수에 나서며 하락폭을 줄였다. 이날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는 지난 3월2일 이후 최대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몰린 건설주와 철강주가 강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폭을 줄였다.

대우건설은 10.09% 급등했고 현대건설 GS건설 등 주요 건설주가 4% 이상 오르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현대제철(4.92%) 포스코(2.60%) 등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철강주들도 일제히 올랐다. 건설과 철강 업종지수는 코스피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각각 4.59%,2.58% 상승했다.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주택경기의 회복 조짐과 그동안 잇달아 취소됐던 해외 수주가 하반기부터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건설주 강세를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이광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주요 건설사의 해외 수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건설주 선점 전략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윤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택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에다 건설주가 반등장에서 덜 올라 가격 매력이 부각되면서 외국인이 건설주를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근 현대증권 기업분석부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서 3분기부터 석유화학 정유 가스 등의 플랜트 신규 발주가 예상된다"며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중동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형 건설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연초 외국인의 집중적인 '러브 콜'을 받았던 IT주는 최근 관심 밖으로 밀린 모습이다. 주가가 많이 오른 데다 원 · 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급락하자 수출 주력 업종인 IT주의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IT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순매수액 추이를 보면 이런 변화가 뚜렷하다. 외국인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매달 3000억원대씩 삼성전자를 순매수했지만 지난달에는 960억원으로 강도가 뚝 떨어졌다.

최근 강세였던 은행주는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자본 확충을 위해 340억달러를 조달해야 한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는 등 미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평가) 결과에 대한 우려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주도주 교체 빨라져

연초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골고루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최근 들어 업종별로 타깃을 정해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순환매 대상을 신속하게 교체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매매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109%였던 외국인의 매매 회전율은 4월에는 130%로 높아졌다. 월간 거래대금을 보유 주식 잔액으로 나눈 회전율이 올랐다는 것은 외국인의 매매가 그만큼 단기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외국인의 투자 기간이 짧아지면서 외국인 비중이 높은 시가총액 100위권 대형주의 매매 회전율도 연초 190% 수준에서 지난달 247%로 급상승했다.

임동민 동부증권 연구원은 "연초 강세였던 IT주가 지난달 중반 이후 주춤하자 금융주가 바통을 이어받고 다시 건설주로 매기가 이어지는 등 지수 1400선 근처에서 순환매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철강 등 소재주로도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고 실적이 좋은 우량 내수주도 다음 순환매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IT와 자동차에 집중하다가 환율이 갑자기 급락하자 다른 업종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이 사들이는 종목들이 주도주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