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지각이나 겨우 면하는 젊은 세대를 바꿔 보려 했을까. 한동안 아침형 인간 열풍이 불었다. 아침시간 활용이 인생을 좌우한다,아침형이 자연 리듬에 부합한다,야행성은 건강 · 정신에 좋지 않다는 얘기와 함께 기능성 알람시계까지 등장했지만 얼마 안돼 시들해졌다.
솔깃해 하던 젊은층이 안되겠다며 포기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올빼미형의 집중력과 지구력이 참새형보다 낫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벨기에 리에주대학 연구팀이 오전 5시에 일어나는 그룹과 낮 11~12시에 눈 뜨는 그룹의 뇌 활동을 관찰해 봤더니그렇더라는 발표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내놓은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대책을 놓고 논란이 많지만 학원가에선 그래봤자 심야반 대신 새벽반만 늘어날 거라고 한다는 소식이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에선 이미 오전 6시30분에 시작하는 새벽반이 성업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풍선효과가 적용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초 · 중 · 고생 할 것 없이 아이들은 거의 올빼미형이다. 어려서부터 어른들 따라 늦게 자 버릇한 통에 아침형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집집마다 아침이면 엄마는 깨우고 아이는 이불을 뒤집어쓴다.
많은 고교에서 0교시가 문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자(야간자율학습)는 몰라도 0교시는 선택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지만 쉽사리 허락하기 어렵다고 한다. 빠지는 아이가 많으면 분위기가 흐트러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 보니 0교시엔 물론 수업시간에도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이 많다는 마당이다.
공교육 정상화는 사교육을 막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교육이 필요 없도록 교사의 수준과 열의를 높여야 가능한 일이다. 선행학습과 보충학습 없이는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힘들다는 현 상황에서 사교육은 사라질 수 없다. 심야반 대신 새벽반이 생기면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지친 아이들의 생체리듬만 망가뜨릴지도 모른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