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어느 회사에서 일해?"

아이들은 늘 궁금한 게 많다. 엄마 아빠의 일터는 어디에 있는지,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꼬치꼬치 캐묻기 일쑤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간혹 생긴다. 수년 전 삼성그룹 한 계열사에는 "회사 광고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임직원들의 건의가 쏟아졌다. "아이들이 아빠가 '삼성'에 다닌다고만 알지 우리 회사가 어딘지 잘 모르더라"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이 회사는 회사 광고를 따로 냈다. 임직원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임직원들은 신문,방송에 회사 광고가 나오면 "아이들이 '우리 아빠 회사'라며 환호성을 올린다"며 "일할 맛이 난다"고 즐거워했다.

◆가정의 달 맞아 가족들 마음 잡기

가족들에게 아빠 회사는 곧 '우리 회사'다. 이런 가족들의 마음을 회사도 놓칠 순 없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몰려 있는 5월에 기업들이 앞다퉈 임직원 가족들을 끌어안는 행사들을 벌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번엔 협력사 가족까지 함께 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과 화성사업장에서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철쭉제가 열렸다.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전통놀이와 인형극,임직원 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이어졌다. 수원사업장에서는 부모님을 위한 전통무예 공연,특공무술 공연도 펼쳐졌다.

LG전자 비즈니스 솔루션(BS) 사업본부는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에게 편지쓰기 이벤트를 열었다. LG디스플레이는 9일 경기도 파주와 경상북도 구미에서 직원 자녀들을 위한 뮤지컬과 마술 공연을 연다. LS산전은 어린이날에 임직원과 자녀 1000여명을 회사로 초청해 장기자랑 등을 할 수 있는 어린이 큰 잔치를 열었다.

현대중공업은 매년 5월 '사랑의 편지쓰기 대회'를 열고 있다. 멀어진 친구,보고 싶은 선생님 등 평소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행사다. 매년 1000명 이상이 참가할 정도로 울산 최대 축제로 자리잡았다.

◆교육에 상담까지 가사불이(家社不二)

요즘 기업들은 임직원 가족들을 영원한 회사의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 각종 행사들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영어캠프와 같은 어린이용 교육 프로그램.바쁜 회삿일 탓에 아이들 교육에 소홀할까 근심하는 임직원들에게 마음 놓고 보낼 수 있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동부그룹은 매년 여름이 찾아오면 경기도 곤지암에 있는 인재개발원에서 '동부가족 여름캠프'를 연다. 영어캠프,과학캠프 등 매년 주제를 바꿔가며 임직원 아이들을 초청한다. 대학에 다니는 임직원 자녀들은 '교사'로 이곳에 다시 온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임직원 자녀들에게는 새로운 공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임직원들에게는 애사심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어 직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아예 가족들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부관계에서부터 자녀의 인성과 진로 상담까지 가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제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화목한 가정을 위해 현금 지원을 불사하는 곳도 있다. GS리테일은 65세 이상 부모님을 모시는 임직원들에게 매달 20만원의 효(孝)수당을 준다. LS전선은 회사일로 소원해진 부부 사이를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매년 임원 부부 3쌍을 선발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등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웃 돌아보는 사회공헌 활동도 만발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며 아픔을 나누자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늘고 있는 추세다. 현대 · 기아차는 지난 5일 서울숲에서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어린이날 행사를 열었다. 여기엔 글로벌 청년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150명도 참여했다. 현대차는 오는 17일까지 전국 사회복지단체를 대상으로 맞춤형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을 공모해 사회공헌 활동 사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KT는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재활치료를 돕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을 지원받은 아이들은 모두 266명.KT는 200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진은 위탁가정과 미혼모들에게 분유를 무료로 배달해주는 '사랑의 분유' 택배 행사를 연다. 대한사회복지회와 함께 전국 2000여 위탁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입양아와 미혼모들에게 분유와 기저귀를 지원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에어부산도 10일 임직원들과 함께 부산에서 '사랑의 밥상' 급식 봉사활동을 벌인다.

한화그룹은 어린이날에 후원기관 어린이 250명을 서울 소공동에 있는 프라자호텔로 초청해 각종 공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는 2011년까지 한국메세나협의회와 함께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이 국악과 미술 연극 등의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