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국내 채권을 팔아치우던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채권금리도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외국인의 활약으로 금리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며 이제는 금리 상승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채선물 순매수 9만계좌 넘어

외국인이 가장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은 국채선물이다. 이들은 지난달 10일 부터 30일까지 15일 연속으로 국채선물을 순매수했다. 연속 순매수 일수로 역대 최장 기록인 2004년 7월의 12일을 4년9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보름 동안 4만2800계약을 매입하며 지난달 30일 현재 누적 순매수 규모도 9만7071계좌(삼성선물 집계 기준)로 사상 최고치인 2007년 3월의 8만9527계약을 넘어섰다.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을 매집하는 것은 우리나라 국채가 조만간 글로벌 채권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우리 국채가 글로벌 채권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의 채권 매수세가 더 늘어 채권가격은 상승하고 금리는 떨어져 선물 투자자는 차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달 30일 외국법인이 국채와 통안증권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획재정부는 빠른 시일 내 시행령을 개정해 비과세 법안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국채가 '글로벌 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WGBI는 주식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처럼 전 세계 약 1조달러의 자금이 채권에 투자할 때 판단근거로 삼는 지수다.

WGBI에 편입되려면 △채권시장 규모가 200억달러가 넘고 △국가 신용등급이 'BBB-' 이상이며 △외국인 채권 투자에 진입장벽이 없어야 하는데,우리나라의 경우 진입장벽 외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 현재 편입 예비 후보군에 올라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3~6개월 동안 130억~160억달러의 신규 자금 유입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금리와 원 · 달러 환율이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지수 편입시 약 100억달러가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은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선물뿐 아니라 현물 채권도 꾸준히 사들였다. 지난달 장외 채권시장에서 9000억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해 올 들어 누적 순매수 규모가 5조원에 육박했다.

외국인의 채권 투자 덕에 치솟던 채권금리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작년 9월 말 연 6%를 돌파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대로 내려앉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기금리의 기준이 돼 회사채 금리 등 다른 시중금리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반전에도 대비해야

외국인의 매수로 안정세를 보인 채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투자 동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5일 4052계약의 국채선물을 순매도하며 연속 순매수 행진을 멈췄다. 현물 채권 매수세는 이미 지난달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지난 3월 2조1000억원어치의 채권을 매입했지만 지난달에는 9000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매수한 것은 투기적인 수요 때문"이라며 "향후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팔아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금리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특히 최근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경기회복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하락 행진에 종지부를 찍고 두 달째 동결하고 있는 것도 금리상승을 준비할 때라는 신호가 되고 있다. 이미 연 3% 중반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9일부터 상승세로 전환돼 연 3% 후반으로 올라선 상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