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의회 주택금융서비스 위원회에서 한 증언은 향후 미국 금융산업에 대한 리스크 규제 방안의 윤곽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가이트너 장관은 미국 금융시스템이 다른 국가에 비해 잘 작동해 왔다고 전제하면서도 '근본적'인 방식으로는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근본적 방식의 실패란 금융시스템이 호황과 불황에 너무 불안정하고 취약하다는 의미다.

금융은 경제의 윤활유로 표현된다. 즉 경제를 부드럽게 작동하도록 도와준다는 뜻인데 근래 금융은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고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장기적인 성과보다 단기 이익을 보상하는 관행,그리고 고객 보호에 대한 광범위한 실패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세계적으로 축적된 유동성으로 인해 풍요의 시대를 살아온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이 있긴 하지만 당장 큰 이익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금융사도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더라도 일단 단기적으로 이익 실현이 가능한 투자에 보너스를 지급하며 이를 부추겼다.

이에따라 가이트너 장관은 감독기관이 경영자 보수 지급에 관한 바람직한 모범기준을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경영자들이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 관점의 성과에 집중해 신중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리스크관리 체계가 지금까지 주로 위험한도를 설정하고 이를 모니터링,통제하는 것이었지만,내부적 성과보상제도가 단기 보상에 치중할 경우 리스크관리 체계 자체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지분이 잘 분산된 미국 금융회사들의 경우 사실 내부 통제 측면에서 복잡하고 위험한 투자를 견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주주는 파생상품을 잘 모르고,주주의 대리인인 경영자들은 성과를 좋게 보이기 위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으며 두둑한 보너스를 챙길 수 있는 트레이더들도 굳이 나서서 파생상품이 과대평가되는 것을 막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금융발전 단계가 미국만큼 내적 견제와 균형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있을 수는 없다. 금융회사 규제 틀과 리스크관리 체제를 장기적 성과를 평가하는 쪽으로 바꿔나가야 할 때다.